![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news/photo/201809/6781_9388_3946.jpg)
대법관을 지낸 이가 시골판사가 된 것은 아름다운 선택이다. 바로 박보영 전 대법관이 얘기다. 법관으로 최고의 영예인 대법관 출신이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자원한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하다.
그는 대형로펌의 유혹을 뿌리 친것도 화제다. 로펌에서 대법관 출신은 곧 간판이다. 대법관 출신은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으로 돈방석이 앉는다. 그래서 대법관이 변호사로 가지 않는 경우는 흔치않다.
대형 로펌이 거액으로 대법관을 모셔가는 것은 은연 중에 이뤄지는 전관예우 때문이다. 인맥을 통한 판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 도장을 한번 찍어주는 값만 3천만 원이라는 말도 있다.
그는 이 유혹을 뿌리쳤다. 대신 올 1월 퇴임한 뒤 변호사 활동을 접고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등으로 후배 교육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다시 재판업무를 재개, 시군법원 판사를 지원했다.
-퇴임 대법관의 시골판사 지원의 신선함.
대법원도 그를 지난 1일자로 '원로법관'에 임명했다. 이어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1심 소액사건을 전담하도록 인사했다. 대법관 출신이 복귀해 시군법원판사가된 것도 처음이다.
여수시법원처럼 시군법원은 판사가 주목받지 않는다. 다루는 사건도 협의이혼이나 서민간의 관계된 3천만원 이하의 소액 민사사건이다. 때문에 판사들도 기피하는 한직이다.
여수시법원도 상주하는 판사가 없다. 필요할 때 순천지원 판사가 한 달에 두 번 정도 출장을 나온다. 그런 곳에 온갖 부와 명예를 뿌리치고 시골판사를 자원 한 것은 화제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그에게 박수만 있는게 아니다. 냉랭한 시선도 있다. 그가 대법관 시절 소수와 약자들의 눈물을 외면하는 판결 때문이다. 그가 억울할지 모르지만 사법농단의혹의 핵심인 재판의 주심였다.
그중에 하나가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그때 노조가 낸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1,2심은 무효라고 했으나 그는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같은 해에 있던 철도노조 파업사건의 상고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노조간부들에게 그가 주심인 재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표적인 이 재판은 모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문건과 닿아있다. 문건에서 '국정에 협조한 사례'로 포함돼 '재판거래' 대상이 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는 대법관 퇴임때 이런말을 했다."국민의 법원에 대한 믿음, 고민과 한숨을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사건 하나하나를 가볍게 대할 수 없었다. 성심성의를 다해 당사자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고, 억울함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여느 판사처럼 그도 ‘나름대로 고민 속에 양심에 따라 부끄럼 없이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자부하고 있다. 기자가 기사로 말한다면,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그 판결은 평생을 같이 간다.
요즘 사법부 수장 김명수 대법원장의 개혁이 도마에 올랐다. 또 그의 인사에도 논란이 크다. 먼저 전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벌어진 재판거래 의혹으로 유탄을 맞고 있다.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수사가 법원의 잇단 제동으로 사법불신이 높다. 사법농단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89%에 이르고 있다. 국회와 행정부, 언론들이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6월 15일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그가 밝힌지 넉달째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런 입장 표명으로 본격화한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더디고 더디다.
검찰에서는 '검찰 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말한다. 수사 장기화는 예견됐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가 때문이다.
법원은 수사 초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후 전직 대법관 등 '윗선'으로 향하는 강제수사는 번번이 막혔다.
검찰 수사는 전방위로 확대됐다.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에서 출발한 수사는 검찰·법원·헌법재판소 기밀 유출과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가지를 쳤다.검찰안팎에서는 수사대상이 될 의혹이 수십 건 더 있다는 말도 나온다.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 협조"말 뿐인 김명수 호.
법원의 비협조로 검찰은 기간을 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소한 올해 안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서울중앙지검이 특수1·3·4부 정예인력을 대거 투입하며 배수진을 친 상황에서, 수사 종료시점은 사실상 검찰이 아닌 법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이 몇몇 의혹핵심인 주요 법관이 증거인멸을 도왔다는 의심도받고 있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 유해용 변호사가 영장 기각을 틈타 대법원에서 무단 반출한 기밀자료 수 만 건을 파기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신(新) 사법농단’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니 비난의 화살은 김 대법원장에게 향하고 있다. 여·야정치권과 진보·보수 모든 진영에서 책임을 요구한다. 진보진영에선 리더십과 개혁 의지가 없다고 쏘아 부친다. 여권 내에서 국정조사카드도 만지작 거린다.
사법농단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법부에 대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곱지않은 시선속에 사법부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점검하자는데 국민 대다수가 공감한다.
문제는 김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풀어야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실망과 추궁을 피력하는데 급급헤서는 안된다. 사법불신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데 대한 책임론이다.
서서히 법원 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법부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온적인 대처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깊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자신을 둘러싼 사법부의 부정평가에 대해 그가 입을 열었다. 지난 13일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다. 그는 “사법부 대표로서 통렬히 반성한다”며 “대법원장으로서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김 대법원장의 의지 표명에도 불신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3개월여 전부터 약속했던 검찰 수사 협조가 공허한 메아리였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반복된 의지표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사법불신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김 대법원장을 앞에 놓고 “사법권 독립을 향한 법관의 열망은 결코 식은 적이 없다. 지금의 위기는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직 이기주의를 넘어 사법 정의를 갈구하는 열망이 과연 지금도 남아 있는가. 사법농단세력을 단죄해야한다는 점도 밝혔다. 이를위해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에 앞장서서 협조하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이것만이 아니다. 그의 몫인 헌법재판관 후보로 이은해 판사를 지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국회인사청문회에서 8차례나 위장전입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대법원장은 8번씩 위장전입한 판사를 추천.
판사인 이 후보자의 8차례에 달하는 위장전입과 해명역시 국민에게 분노와 충격을 줬다. 전력도 그렇지만 위장전입 경위를 묻는 청문위원(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대하는 그의 답변 내용이나 태도를 지켜본 국민들은 허탈함 뿐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된 이은애 판사. 이 판사가 국회인사청문회에서 8차례의 위장전입이 드러나자 모두 친정어머니가 한 일이라고 말해 국민적 분노를 샀다.[사진= MBN뉴스켑처]](/news/photo/201809/6781_9389_4743.png)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고위 공직자인사 배체 5원칙에 위장전입이 해당된다. 그러나 고위직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단골메뉴였다. 그래서 그 한 가지만 놓고보면 중대 위법으로 보지않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이은애 후보자는 하자가 아니라거나, 친정어머니가 한 일이라고 해명하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인사청문회때 후보자마다 위반 횟수도 대개는 한두 번, 많아야 두세 번이었다. 이유도 자녀 교육 문제 등이어서 이해하는 이도 있었다.
이 후보자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횟수면에서도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상대적으로 경미한 일이라도 그 횟수가 많아지면 평가도 달라진다. 전입 경위 또한 후보자가 모두 친정어머니에게 미루고 있으니 도대체가 불분명하고 진상을 알 길이 없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고위 공직 후보자 원천 배제 7대 기준'을 발표했다. 위장전입의 경우,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2건 이상일 때는 후보감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 후보자 외에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는 인사가 없다는 것인가. 이 도덕적으로 무디고 소신없는 후보자외에는 헌법재판관 자질이 있는 인사가 없다는 얘기다.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이 후보자의 주민등록이전 자료를 제출받았어도 괜한 소모전 없었을 텐데 말이다.
김 대법원장은 도대체 무엇을 검증했나. 지금 소위 사법농단이라 해서 전현직 고위법관을 엄정 문책하겠다고 대법원장 스스로가 수사 의뢰까지 한 참에 우리의 눈높이를 모른단 말인가. 법정에서 마치 법이 자신들 것인 양 피고인들을 사정없이 야단치는 그들의 2중성. 최후의 보루라던 사법부, 생각만해도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