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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사람 '잘못' 누가 말해주나
윗 사람 '잘못' 누가 말해주나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10.0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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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웃기는 일이 너무 많다. 충남 아산 현충사와 충남 금산 칠백(인)의총 얘기다. 이곳은 모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왜군(倭軍.일본군)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의인들을 기리는 곳이다.

아산 현충사는 1592년 임진왜란에 이어 정유재란 당시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군을 무찔러 나라를 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해를 모신 곳이다. 그래서 왜군 앞에 당당히 맞선 충무공의 숨결이 간직되어 있다.

금산 칠백의총도 그렇다. 임진왜란 때, 왜군 15,000명에 대항해 의병장 조헌 선생과 의승장 영규 대사가 이끈 700여 명의 의병이 싸우다 순절한, 유해를 보존하는 곳이다. 민초들이 신식무기로 무장하고 조선반도를 짓뭉개는 왜군에 분연히 일어선 민족정신이 배어있다.

​-왜군과 싸운 의인 유해 모신 현충사에 금송식수.

​아산 현충사나 칠백의총은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건립됐다. 모함과 억울한 유배, 정적들의 탄압 속에도 나라와 민족을 구한 충무공 정신을 계승하고 보전하자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현충사 마당과 칠백의 총 경내에 기념식수를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대단히 큰 실수를 범했다. 지난 1970년 2월 초 봄, 충남도지사. 공화당 국회의원, 문공부 장관 등이 나란히 서서 금송(金松, 황금색 잎의 소나무)을 심었다.

​이게 실수다. 당시 식수광경은'대한 늬우스'에 생생히 나온다. 그는 현충사와 칠백의 총을 '민족정기','항일운동','자주국방'운운하는 축사와 함께 건립을 기념했다. 이어 흰 장갑과 삽을 들더니 둥글게 서서 금송 심은 것이다.

기념 목(木)인 이 금송이 왜 문제인가. 단순히 '왜색(倭色)'때문 만이 아니다. 그것도 왜란에 맞서 싸운 이들의 유해가 있는 곳에 금송이라니. 금송은 일왕을 상징한다. 금송은 또 일본 특산종이다. 그의 기념식수는 하필 일왕, 일본의 상징인 금송이었다.

관련 공무원들은 뒤늦게 이 문제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심기를 고려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등 최측근들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그는 현충사로 달려갔다. 유배를 당했으면서 선조에 충성하는 이 충무공을 보란 듯이 말이다.

10.26사태로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야 ‘금송 제거론’이 나왔다. 문화재 관계자와 시민단체 등이 현충사에 일왕을 상징하는 금송을 없애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48년 만에야 탁상행정의 금송제거론 실현.

하지만 박정희 권력이 패퇴했지만 박근혜 권력이 되살아나자. 이도 역시 미적거렸다. 문화재위원회는 2000년 이후 금송 이전에 관한 안건을 세 차례 심의했다. 결과는 나무의 역사성과 시대성을 이유로 존치해야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많은 학자들과 시민들이 나섰다. 그때마다 유야무야 됐다. 그러자 지난 2010년 시민단체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충무공 15대 중부등 후손들이 적극 나섰다.

결국 미적대던 문화재청은 정권이 바뀐 지난해 11월 금송의 이식을 의결했다. 이어 10개월 만인 지난 13일 금송은 사당 밖으로 옮겨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념수로 금송을 심은 뒤 ​48년 만에 사당에서 수 km 떨어진 담장 밖으로 옮겨진 것이다.

​​대표적인 탁상행정의 사례다. 아니면 역사성이 없거나 생각이 짧은 것이다. 공무원이 금송을 추천했다면, 친일인사라는 오해를 받는 박 전 대통령으로선 문제를 삼았어야했다. 박정희가 선택했다면 그 잘못을 아랫사람이 직언해 바로 잡야야했다.

탁상행정의 사례는 또 있다. 지난 달 28일부터 적용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그 하나다. 요지는 고속도로를 포함한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다.

술 마시고 자전거를 타서도 안 되며, 안전모도 반드시 쓰도록 했다. 기운 골목 도로 등에 주.정차할 땐 고임목을 받치거나, 앞바퀴를 돌려 차가 풀려 미끄러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의하나 차량 사고 때 고귀한 생명을 보호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차원에서도 그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며, 또한 모두가 지켜야 할 의무다.

-영유야 카시트 안전띠 착용도 현실과 괴리.

안전 띠 착용의 당위성은 구체적 자료도 있다.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교통사고 때 피해액은 1.5배 많고, 중상을 입을 확률은 12배에 달한다 고한다. 삼성교통문화연구소의 2011~2015년 분석에서도 안전띠 안 맸을 때 치사율이 2.4%로 맸을 때 치사율의 12배로 집계됐다.

이런데도 OECD 2017년 연차보고서에는 한국의 안전띠 착용률은 앞좌석 88.5%, 뒷좌석 30.2%다. 하지만 호주는 앞좌석 97%·뒷좌석 96%, 독일이 앞좌석 98.6%·뒷좌석 99%에 이른다. 대개의 국가가 80~90%대의 높은 착용률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차량, 모든 좌석에서 안전띠를 매야한다고 규정을 정한 모양이다. 또한 어느 도로에서 든 모든 차량은 안전띠를 매도록 규정을 만들고 법으로 제정했다. 만약의 사고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

그러나 법과 법규를 만들어도 함께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버스나 택시 탑승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 적발되면 운전자에게 과태료 3만 원이 부과된다. 일반 차량과 사업용 차량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6세 미만의 영유아는 반드시 카시트에 태우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6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2개월간의 계도기간도 둔다고 했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영유아 카시트 착용은 윗사람 보고용으로는 잘 됐을지 몰라도 국민의 자발적 실천을 이끌기에는 '그림의 떡'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웃기는 얘기다.

-윗사람 오판,착오 제대로 말하는 풍토마련.

영유아의 젊은 부모나, 도우미가 자가용이 없는 경우가 70%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영유아를 데리고 택시를 타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아기 안고, 짐을 들고 거기다 카시트까지 챙겨 외출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가 한명인데도 이런데 한, 두 명 멋있다면 난감할 일이다. 또 폭염이나 혹한기, 거기다가 비라도 내리면 한손에 우산을 들어야한다. 무거운 카시트를 들고 다닐 수 있을 까.

이를 보고 시간싸움을 하는 택시 운전자가 반가이 맞아 태워줄 까. 카시트를 들고 택시를 탔다고 치자. 목적지에 내려도 카시트를 보관할 곳이 없으면 무서운 그것을 들고 다녀야 한다.

영국.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서는 택시회사나 시내버스. 고속버스 중 일부를 카시트 차량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 영유아의 차량 카시트 안전 띠 착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법 시행 첫 날부터 영유아의 부모들과 젊은 여성들의 문제제기가 SNS에 넘처났다. 영유아 카시트 안전띠착용에 대한 정부의 비판 글이 쏟아졌다. 그러자 경찰이 바로 다음날인 29일 카시트 안전 띠 미착용 단속을 무기한 유보했다.

뿐만 아니다.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 안전모 착용 의무화도 단속과 처벌 규정이 없다. 그러니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특히 택시·광역버스의 경우 안전띠 착용 고지를 해도 승객이 무시하면 제재할 방법도 없다.

우리의 탁상 행정이 빚은 결과다. 현장의 소리, 운전자들의 소리, 승객의 소리를 듣지 않아서다. 아니면 한 쪽 애기만 들어서다. 결국 책상에 앉아 기획하고, 또 책상에서 결제를 돌려 법규를 만들었기에 이 모양이다.

-정부,지자체장, 국정감사.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을

정부나 지자체의 탁상행정의 잘못을 누가 지적해야하나.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들의 무능과 판단착오, 그리고 시. 도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의 탁상행정과 무능, 잘못을 지적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져야한다.

그래서 나랏일의 시시비비를 가는 곳이 국회다. 또 국회가 제대로 일만한다면 국정농단과 국민을 얕본 탁상행정이 사라진다. 대정부질문이든, 국정감사든, 예산. 결산심사에서든 할 말을 하라.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으로 엉겹결에 당선된 시.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의 무능과 무책임을 지방의회가 따져라. 행정사무감사든, 5분 발언이든 말하라, 그들의 잘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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