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news/photo/201810/7111_9893_153.jpg)
이런 기억이 있다.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2012년 6월 국회의원이 국무워원 겸직을 못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국회개혁의 하나이자, 특권 폐지 차원에서 의원직을 갖고 총리·장관 하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법조인 출신의 새누리당 겸직 금지대책 팀장인 여상규 의원이 방송에 나와 이런 내용의 국회법개정안 초안까지 설명했었다. 국회의원은 모든 직업에 대해 엄격하게 겸직을 못하게 폭을 크게 넓히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초안을 만들었는다는 것이다.
겸직 금지 대상에는 논란이 되 온 변호사와 의사, 교수, 회사 임원은 물론 국무위원, 즉 국무총리와 장관도 포함됐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행정 부처의 수장을 맡는 게 3권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당초에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각료로 들어가 봉사하는 예외규정도 만들었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더 강경해 삭제했다. 그는 특권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으나, 더나가 국민에게 한 가지 일에만 충실해야한다는 소견을 냈다.
대체적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신문 사설과 칼럼에서도 지지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여 의원이 원내 지도부에 개정안을 보고했으나 유야무야됐다. 차기 개각대상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고위 당직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유야무야되는 국회의원의 겸직금지 법안.
겸직금지 법안은 앞서 지난 18대 국회 때도 발의됐었다. 하지만 의원들이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자동 폐기됐었다. 정당들은 말로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겸직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선이 닿는 의원들이 암암리에 반대해서다.
이쯤 되자 민주. 진보진영과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원 겸직금지를 명문화해야한다는 주장이 빗발쳤다. 신한국당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마땅히 입법부 소속 원으로서 자율권을 지켜서 행정부를 견제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장관을 하려면 의원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명박 정권 때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도 "국회의원의 국무총리, 장관 겸직은 내각제의 본질적 요소이니 만큼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원리상 헌법에 직접 명문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법의 겸직금지 규정은 헙법정신에 합치하지 아니하므로 개정되어야 한다. 겸직하려면 정정당당하게 의원내각제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했다.
때를 같이 한 것일까. 그해 연말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도 국회의원의 장관겸직 제한도 나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똑같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폐지나 제한’을 약속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문 후보가 국회개혁의 하나로 '국회의 불체포.면책특권 제한 약속과 함께 국회의원의 (모든)겸직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의 모든 국회의원 겸직금지 약속은, 상대인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로 신선한 이미지를 줬다.
이후 문 후보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회동 때도 국회의원의 겸직금지를 제시했다. 두 사람은 이후 11월 중순 후보단일화를 위한 회동에서도 이 문제를 합의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 정치권은 이 일을 까마득히 잊었다. 그래놓고 인사 청문회를 빙자해 검증과 옹호로 소모적인 정쟁을 하고 있다. 그게 국회의원들의 국회의원 겸직이 문제였다면 그 문제를 꺼내어 고치거나 보완했어야 옳다. 상대의 잘못을 헤집을 것이 아니었다.
지난 4일 대정부질의까지 ‘유은혜 검증’이 그것이다. 전격 발탁된 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56)의 적격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지난 8.30 개각이후 그를 놓고 무려 40일간 티격태격했다. 청와대가 "교육부 조직과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식견이 높고 뛰어난 소통능력과 정무 감각을 겸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보수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그래선지 의아한 개각이라는 반대론이 고개를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의 지명을 철회해달라는 글이 10만여 건이나 동의했다. 교육현장 경력이 없고 진보성향 교원단체와 활동해온 점을 근거로 편향성을 우려하는 글들이다.
결국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동의안 채택이 불발됐다. 청와대는 국회에 유 부총리의 국회동의안 채택을 재요구했다. 국회가 묵묵부답이자 예상대로 그에게 임명장을 줬다.
-유은혜 검증, 국회 인사청문회 '극'과 '극'.
여기서 유 부총리의 적격여부는 둘째다. 그가 교육현장의 경험이 없다는 것이나, 그가 지난 2016년 발의한 '교육공무직법'에서 학교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화하는 내용이나, 각계의 반발로 철회한 것은 둘째다.
또 지구당 사무실을 피감기관 산하단체건물에 입주해 특혜논란과 아들의 병역면제의혹, 딸의 위장전입 등도 그냥 묻혔다. 지루한 야당의원의 의혹케기와 여당 의원의 옹호로 질 낮은 국회수준을 보인 것도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이를 견제할 입법부에서 행정부수장이 된다는 점과, 적어도 국무총리나 부총리급인사는 국회 동의를 거쳐야한다는 점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삼권분립이라는 균형과 견제가 지켜져야 국가가 활력을 갖는다. DJ(김대중)·JP(김종필)의 DJP공동정권 때 국무총리와 몇몇 부처는 자민련 의원이나 DJ당의 국회의원이 입각해, 나라꼴이 우스웠던 교훈을 다 안다.
그 뒤 노무현 대통령은 가급적 국회의원보다, 기득권에 가려 드러나지 않은 각계 전문가들을 골라 썼다. 물론 예외는 있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입각시키면 여소야대인 국회청문회는 쉽게 통과하겠지만, 나라는 이상해진다“며 시골 이장출신을 장관으로 앉혔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들어서 현역 국회의원 발탁은 노골화됐다. 그것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보복이라도 하듯이 특정지역인사만 골라 썼다. 그러니 당연히 불공정 사회, 가진 자만 사는 불공평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고, 곧 ‘국정농단’의 불씨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통합당 대표때 2015년 3월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표류할 때 ‘국민적 평가 존중’을 언급했다. 그는“청문 과정에서 드러난 부적격 사유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존중돼야 하는데, 결국 밀어붙이기로 임명되니 청문 제도의 의미에 회의도 든다”고 따진 적도 있다.
그래서 일까. 통합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현역 의원의 연이은 발탁은 의외다. 의원불패롤 전제로 한 것일 까. 선거 과정에서 검증을 거친 데다 여야를 넘는 동료의식 때문에 과거 정권에서 국회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불패였던 점을 감안한 듯하다.
대통령제 하에서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가. 그 대통령제가 대통령제 다른 국가에 비해서 월등히 막강한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제왕적 대통령제라면 답은 쉽게 나온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제왕적 대통령제라면 더욱 더 그 강력한 대통령을 강력하게 견제할 필요가 있다. 이 상황에서 되레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면 대통령을 쉽게 견제할 까 말이다.
3권 분립을 자랑으로 하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우리와 다르다. 이 나라들은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발탁하지도 않지만, 입각설이 나도는 의원은 “부끄럽다”고 외칠 만큼 의원으로서 자부심을 갖는다.
영국이나 일본은 이와 다르다. 의원내각제를 갖고 있다. 의원내각제는 다수당이 자동적으로 접수하는 국회, 정부, 1원제이다. 영국이나 일본은 의원내각제의 특성상 겸직이 허용되고 있다. 정치특성상 여소야대일 경우 우호정당과 연정도 가능하다. 그러면서 그 나라의 정치가 최고라고 자부한다.
우리는 대통령제이기에 삼권분립이 핵심이면서 이와 다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이면서도 의원내각제의 핵심인, 의원 장관 겸직제를 택한 기이한 구조다. 그런데도 우리는 행정, 사법을 견제하라고 금배지를 달아주고, 9명의 비서진을 주고 특혜도 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각대 4명의 현역의원이 입각했다. 김부겸 의원을 행정자치부, 도종환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미 의원을 국토교통부, 김영춘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여기에다, 유 사회부총리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도 현역이면서 가세한 것이다. 국정책임자가 서로 맘에 맞는 사람을 발탁해 쓰는 것은 정책일관성차원에서 당연하다. 하지만 삼권분립자체에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의 무용론이다. 유 부총리의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의는 여야가 극과 극였다. 야당은 ‘사퇴하라’는 것이고 여당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감쌌다. 청문회는 ‘화풀이 설전’으로 끝났다. 결국 ‘기-승-전-임명 강행’이 되풀이 됐다. 이제 이를 손질해야 한다.
-문 대통령, 제18대 대선후보때 겸직금지 공약.
공직불가 7가지를 내건 문 대통령은 그에게 임명장을 주며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일수록 오히려 일을 잘한다는 얘기가 있으니 유능함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야당이 (보고서 채택을) 반대했지만 그게 국민여론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는 1년짜리 부총리가 거의 유력하다. 차기 총선 출마할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데도 야당의 보고서 채택 거부의 벽을 뚫고 임명한 것이다.
물론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겸직 국회의원의 국회 활동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잠자고 있다. 골자는 국무총리나 장관 겸직 국회의원은 본회의 표결 참여제한과 상임위나 특위 위원을 사임토록 하며 법안 표결 때 재적의원 수에도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입법부를 대표하는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행정부에 소속돼 국정을 수행하면 입법부와 행정부의 구분을 모호하게 되고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 권한을 스스로 방기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역대 국회마다 국회의원의 국무총리와 장관입각을 제한하는 법안을 냈던 것이다. 문 대통령 역시 이를 공약했던 점을 상기,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에 분명한 원칙을 제시하고 최소화하기 바란다.
야당도 문제가 있다. 의원의 장관 겸직,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국무총리나 부총리 급은 반드시 국회동의를 거치도록 관련법을 제, 개정해놓고 문제를 삼아야한다. 그것도 없이 의혹만 부풀리고 안된다고 하니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다행히 여야 일각에서 국회인사청문회법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드러내놓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패싱 각료 임명강행’을 보완하게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최소 장치로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의 경우 국무총리처럼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선 인사청문보고서를 임명 필수조건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뒤늦지만 국민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문제시하고 개헌을 해서라도 고쳐야 정치문화, 국정문화가 달라지지 않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