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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을 보면서 노무현이 그리운 이유
국감을 보면서 노무현이 그리운 이유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10.21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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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청문회와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이 ‘스타’가 되는 좋은 기회다. 그 중에도 지난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제 자유한국당 전 의원이 스타였다. 국감과 청문회는 국회의원들이 제 몫을 하면 스타덤에 오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해준 얘기와 책을 보면, 요즘의 국정감사와 비교된다. 그는 바보라는 별명이 있다. 어느 분의 풀이대로 그는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기 때문이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자기 갈 길을 가는 어쩌면 ‘바보 노무현’이다.

그가 부산에서 송기인 신부, 문재인·김광일 변호사 등과 같이 약자를 돕다가 정치에 들어갔다. 인권변호사로 꽤 알려졌을 때다. 부산은 그때 야당도시였다. 진보 정치인인 YS(김영삼)의 고향이었다. 그가 노무현을 정치에 끌어들였다. 그랬던 YS는 신군부세력과 3당 합당하면서 이 지역은 보수됐다.

노무현은 부산 동구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했다. 상대는 민정당 허삼수였다. 허삼수는 전두환 12.12쿠데타에 협력한 국회의원이다. 언론들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했다. 실패와 정치보복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편법없이 싸워 이겼다. 

금배지를 처음 단 1988년 대정부질의부터 예사롭지 않다. 그는 “부산 동구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 노무현이다. 국무의원 여러분, 저는 성실한 답변을 요구 안 한다. 성실한 답변을 요구해도 비슷하니까”라고 전제했다.

노무현 의원 때 '서럽고 분한사람없는 세상'의 외침

그러더니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 나게 일하게 되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자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세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물론 보수언론에서는 간략하게 보도했지만 매우 의미 있는 발언이었다. 훗날 공개된 그의 대정부질의 내용은 명문이었다. 속 뜻은 못 가진 자, 불공평한 자를 위한 촌철살인이었다. '신명나는 일이 아니라도, 서럽고 분해서 목숨을 끊는 일이 없는 세상'을 피력한 인간 노무현의 정치철학이었다.

그 해 ‘5공 청문회’에서 서슴지 않고 따졌다. 전 안기부장 장세동에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정치자금법에 대한 규정도 모르고 어떤 정치자금이 합법적이고 불법적인 것도 모르는 안전기획부장에게 이 나라의 안전을 맡겼나. 그럼 국민의 비난은 누가 책임질 거냐"고 추궁했다.

전 현대 명예회장 정주영에게는 정경유착을 폭로했다. 무자비했던 군사정권의 비리를 국회에서 파헤치는 일은 처음이었다. 서슬 퍼런 군인 출신 권력자에게 호통도 쳤다. 잘못을 모르는 그들로 인해 눈물까지 글썽이며 울분을 참던 사람, 위증하는 권력자에게 명패를 던진 노무현이다.

2018년의 국감의 스타는 뭐니 뭐니 해도 더불어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대전 출신인 자유 한국당 유민봉 의원(비례대표)이다. 3주차에 접어든 국정감사는 박·유 의원이 제기한 유치원비리와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에 눈이 쏠려있다. 이 두 의혹은 국감 후에도 식지 않고 정국을 달굴 이슈다.

모두 원칙과 상식을 벗어난 논란거리여서 뜨거워 질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이번국감은 양승태 사법농단의혹과 고용악화, 심재철 기재부문서 유출, 남북회담의 비준 등이 관심을 끌던 판에 던져진 쟁점이다. 국민의 분노와 개탄은 뒤로하더라도 명명백백 가려야할 문제다.

박용진·유민봉 의원의 돋보인 '국감 스타'

노무현·이해찬·이인제만 한 ‘스타’가 없다고 외치는 판에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비리유치원 명단 전수공개는 충격이다. 이른바 '유치원 국감'으로 불릴 만큼 관심도 뜨겁다. 유치원 학부모들과 국민들의 분노는 말로할 수없을 정도다.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유치원 비리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다음주 내놓겠다 밝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교육위 국감에서 "(교육청이) 문제를 확인했으면서 쉬쉬하고 방치하는 등 제도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경기 등 지역에 감사를 확대해야 한다"며 "사립유치원에 대한 종합감사 시에 상시 감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현행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변경해 이를 유용하면 횡령죄를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정부 지원금은 매년 2조원에 달하지만 이번 비리 사건처럼 원장들이 사적으로 유용해도 횡령죄로 고발하기 어렵다. 지원금이 아닌 정부 보조금을 부정 사용했을 때에 횡령죄에 해당돼서다.

박 의원은 정부의 입장과 달리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사립유치원의 교육부 지정 회계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하고, 보조금 부정 사용으로 처벌받으면 5년간 유치원 인가를 금지하는 등의 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물론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 집단이 아니다. 그렇지만 유치원 원아의 75%가 사립유치원을 다니고 한 해 2조원 가까운 국가예산이 투입된다. 그래서 교육 당국이 유치원 운영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연일 이어지는 대응을 보면 할말을 잃게한다. 비리 문제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비치더니 바로 일부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한 박 의원과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립 유치원 비리의혹, 명백히 규명해야

그 명단을 “정치공세” “가짜뉴스”라고 매도하고 있다. 심지어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일부인사들의 말을 보면 이들에게 어린 아이들 교육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사립유치원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회계는 상대적으로 투명해도 역시 보조금 부정수급ㆍ유용에다 불법 정치자금 의혹, 고질적인 학대 문제 등이 불거지는 어린이집도 복지 당국과 지자체의 감시가 소홀해서는 안 된다.

당 지도부도 나섰다. 같은 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부와 협의해 유치원 비리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는 터다. 그는 "사립유치원은 그동안 감시·감독의 사각지대 있었다"며 "중대한 횡령 비리에 적발된 유치원 처벌과 지원금 환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횡령 비리를 저지른 원장이 간판만 바꿔 다시 유치원을 열지 못하게 제도적 장치마련도 약속했다.

이럴 즈음 더 큰 이슈가 불거졌다. 대전 출신인 털보 유민봉 한국당의원이 서울교통공사의 이른바 고용세습문제를 폭로했다. 그렇잖아도 수십조를 일자리창출로 쏟아 붓고도 효과를 못낸다고 질타하던 야당에게는 호재인 것이다. 유치원 국감에서 서울교통공사 국감으로 옮겨갔다.

국감 2주가 마감된 지금 최대 이슈화된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은 가관이다. 유 의원의 폭로뒤 한주 내내 국감을 달궜다. 한국당 등 야 3당은 국정조사까지 결정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민주노총 봐주기'가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유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1일 무기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108명이 교통공사 직원의 친인척이다. 유 의원은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업무를 중심으로 무기직의 정규직을 추진했지만 식당, 목욕탕, 이용사 등까지도 정규직전환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내용인 즉 서울 지하철 1~8호선 운영사인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이같은 정규직 전환의 부적절한 행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채용 문턱이 낮은 비정규직으로 쉽게 입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법하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정쟁아닌 진실규명을

서울교통공사는 평균 연봉 6,700만원이다. 정규직 공채 경쟁률 55대 1이다. 이는 누구나 선망하는 공기업중의 하나다. 때문에 의혹이 사실이면 심각한 문제다. 공사 측은 정규직 전환 친인척 중 3분의 1은 2016년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관리 인력 확대 전부터 근무했고, 나머지도 적법 채용했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시정이다.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에 공감하지 않을 이는 없다. 그렇지만, 이는 자칫 기존 정규직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만큼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공사가 공개한 정규직 전환 친인척 명단에 고위직 부인 이름이 누락된 것은 약과다. 지난해 국감에서 비슷한 문제가 불거져 공사가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노조 방해로 11.2%인 1680명 정도밖에 조사하지 못한 적도 있다 한다.

전현직 직원의 친인척을 취업에서 우대하는 ‘고용세습’은 여기만이 아니다. 일부 대기업도 ‘장기근속자 직계 자녀 우선 채용’ 등의 형태로 노동법 위반 소지가 있는 노사협약을 두고 있다. 과거 공기업에서도 횡행했다. 비상식적 채용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취지를 무색케하고 취업 희망자들의 기회를 박탈한다.

의혹은 장외에서도 강하게 튀었다.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행안위 국감중인 서울시청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당 의원들과 함께 시청 진입을 시도했다. 이를 막아서는 경찰 및 시청 직원들과 극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구태가 나왔다.

그런데도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서울지방 노동청장의 국감 답변은 너무 소극적이다. 아니 무감각하다. 박 시장은 "실제로 아직까진 의원님이 제기하신 것 중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감사원에 요청해 만약 이런 증거들이 나타나면 당연히 고발하겠다"는 식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대응이 이러니 야 3당이 머리를 맞대고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혹에 대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이 공동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나섰다. 야3당은 강도 높은 국정조사와 전수조사를 통해 누가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는지 실체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국감, 당리당략아닌 민생에 맟춰라

국감은 국가의 위임된 사무를 제대로 하는지를 따지는 기회다. 또 나랏돈, 아니면 시. 도의 예산을 보조받은 사업이나 업무는 응당 국정감사의 대상이다. 그 기관이든 개인이든 명명백백히 가려야 하는 것이 여야의원의 도리다. 또 피감기관이나 증인, 참고인도 성실히 음해야한다.

박용진, 유민봉 의원의 성실한 의정 자세에서 ‘정치스타’가 나온다. 여당이라고 해서 권력을 비호하고, 야당이라고 해서 집권층을 근거 없이 비방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대신해 있는대로 의혹을 수집하고 분석해, 그 의혹에 대해 그대로 규명하면 된다. 이게 국감에 임하는 의원의 책무이자 본령이다.

지금처럼 당리당략, 그리고 차기 총선에서 유불리는 따지는 국회의원이 수두룩한 시점에 박용진, 유민봉의원은 신선하다. 아니면 말고식이거나, 흠집내기식이 아니라, 비록 당과 개인에게 불이익이 있더라도 정치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은 정치인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직할 때, 출입기자들과 두어 번 청와대 뒷산을 함께 산행을 했다. 그리고 점심도 했다. 그 때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선에 출마해 당 후보가 됐을 때) 그때 돼지 저금통 나누어 주고 돈 보내고 학 접어서 보내고 그랬던 사람들이 지금은 내가 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불안하다”했다. 대통령인 자신을 응원했던 국민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한 말이다. 국민의 삶을 보듬는 정치인, 약자를 보듬던 정치 지도자의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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