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교육청의 초등학교 영어교사 해외연수가 ‘먹튀(먹고 튀다)’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3년간 연수를 받은 교사 중 귀국 후 영어교과전담 의무를 끝까지 이행한 사람이 전무한 탓이다.
7일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문성원 의원(대덕3·민주당)은 대전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행정감사에서 이같은 실태를 질타했다.
문 의원에 따르면, 2015년~2017년까지 호주, 미국, 영국 등 대전교육연수원의 해외 영어심화연수를 다녀온 교사는 총 58명이었지만, 이중 영어전담교사로 배치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수의 경우 초·중·고교 교사 42명이 참여해 6억 1000만 원이 소요됐다. 여기에 이들 교사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채용한 기간제 교사 채용 인건비 17억 6000만 원까지 감안하면 총 23억 7000여만 원의 혈세가 투입된 셈이다.
특히, 해외연수 참여자는 연수 후 3년 이상 영어교과 전담을 의무사항으로 포함하고 있음에도 교육현장에서는 지키지 않고 있던 것.
초등학교 교사 58명 중에서 그나마 9명은 한 달 미만, 11명은 두 달만 맡았으며, 5명이 가장 긴 기간인 2년 2개월을 전담했다. 이들 교사들이 ‘먹튀’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이유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교사들이 혜택만 받고 의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대전시 교육의 현실”이라며 “아직 3년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교사들을 영어전담교사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수 참여 교사에 대한 추천권을 가진 학교장과 교육당국의 방관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문 의원은 “교장들이 의무 사항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킨 이는 없다”며 “연수 이수교사 의무사항이 유명무실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교육청 역시 연수참여 교사가 소속된 각 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소홀한 관리감독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창수 교육국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인사 이동에 의해 의무사항을 지키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책임을 다하지 않은 교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영어교사 심화연수는 매년 초·중·고교 영어교사 4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5개월, 해외에서 1개월 등 총 700시간 연수과정을 이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