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충남 등 올해 3∼6월 전국 노후 석탄발전소 5기(충남 2기, 경남 2기, 강원 1기)를 가동 중단했더니 충남지역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 개선 효과가 가장 컸다고 최근 보도자료를 냈다.
두 기관은 지난 6일 대기 질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충남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홍성 내포신도시 아파트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뒤덮여 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11/7793_10749_1429.jpg)
충남도는 이와 관련해 서해안기후환경연구소를 통해 작년부터 매일 화력발전 소재 4개 면 61개 마을에 생활권 대기질 정보를 제공했다. 올해는 118개 마을로 정보 제공 범위를 넓혔다. 대기질, 즉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은 올 가을 유례없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절반이 위치한 충남발 미세먼지에 대해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대기오염총량제 도입 등 획기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지난 8일 오전 전국적으로 내린 비로 초미세먼지가 보통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충청권은 비 속에서도 여전히 '나쁨'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서울시는 이미 7일 오후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해제했었다. 그 중에도 심각한 충남은 6일 오전 천안, 아산, 당진 등 북부권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데 이어, 7일 오전엔 공주, 논산, 계룡, 청양, 부여, 금산 등 동남권에도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충남의 대기오염 정도가 왜 이렇게 심각할까? 중국과 인접한 지역적 특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케케묵은 얘기다. 돌아보면 충남에서 자체 생산하는 대기오염물질이 타 지역을 압도하기때문이다.
서해안에 전국 61개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데, 무려 절반인 30개가 충남에 위치해 있다.
뿐 만 아니다. 대산석유화학단지, 현대제철 등 대규모 공업시설도 밀집해 있다. 충청도가 청풍명월이니, 청정지역이라는 말이 퇴색된 것이다. 충남도와 각 지자체가 그간 환경오염을 도외시한 결과다.
최근 미국 NASA(항공우주국)가 지난 10년간(2004∼2014) 세계 195개 도시 상공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관측한 결과 인도의 석유화학단지인 '잠나가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대기오염이 악화된 지역으로 충남을 꼽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유일하게 충남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충남만이 아니라 세종, 대전, 충북까지도 거의 유사하다.
이렇게 환경의 질이 좋지 않은 곳에, 신도시를 개발하느니, 기업을 유치하느니, 학교를 짓느니, 병원을 세우느니 하는 것은 궤변이 아닐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래선지 지난 9일 "미세먼지 문제에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있다. 앞으로 상시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가 가을철에도 한 주 내내 하늘을 덮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여당과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강화해서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입법과 정책 강화의 필요성 언급에 얼마나 실천될지는 아직 모른다.
왜냐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담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여전히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부랴부랴 전국 초.중.고교에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갖추도록 자금 지원을 하고 있지만 사후 관리나 그 비용 대책은 또 없다.
이게 우리의 전시용 정책이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지난 해 여야 대선후보들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부 여권은 물론이고 정치권 모두 미세먼지 대책에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은 당연하다.
문 대통령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과,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과 경유차 축소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런데도 1년 7개월이 되도록 획기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월 '미세먼지특별법'을 통과, 이 법은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하다.
미세먼지 특별법에는 ▲미세먼지를 정의하고,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정보센터와 총리 산하 위원회 구성, ▲차량 2부제 강제 시행 등 저감 조치의 법적 기반이 핵심이다.
웃기는 일은 그 다음이다. 법은 예컨데 질병 예방법을 만든게 아니라 병이 나면 어느 병원으로 가라는 법을 만든셈이다.
왜냐면 저감대책만 있을 뿐, 미세먼지 핵심인 오염원을 찾아 줄이는 방안은 빠졌다. 그러니 실효성이 떨어 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즉, 이미 공기 중 오염물질이 많아 미세먼지 문제가 심해지는 것인데,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당일 저감조치나 관리를 강화하는 것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다.
<충청헤럴드> 의학전문기자인 정진규 박사(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장.교수)는 "미세먼지 오염원을 찾아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미세먼지 많으니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호들갑을 언제까지 해야하느냐"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5일 미세먼지 감축 응급 대책으로 30년 이상 노후화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의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했다. 사진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11/7793_10751_2133.jpg)
그렇다면 그런 법은 없을까? 국회에는 현재 대기환경보전법과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법 등 오염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제한하는 법안이 50여건이 넘지만 제대로된 논의 조차 안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 알아 봤더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지역 대기환경개선 특별법은 국회에서 자고 있다.
이 법안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 허용총량을 정하고, ▲초과할 경우 과징금을 부여하며, ▲발전소 주변지역의 대기환경 관리 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해 장기적 저감조치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한 의원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에 대해 2040년이후 무공해차량만 판매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매년 의무적으로 보급량을 확대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같은 당 신창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보자. 각 오염원을 규정하고, 좀 더 적극적인 제한 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법안들이지만 여전히 법안 제안으로 그치고 있다.
개정안에는 지자체장이 차량 2부제 뿐 아니라, 소각시설, 발전시설 등 대기배출시설의 조업 시간 변경이나 단축 조치를 발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낸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국제 분쟁 시 논의를 위한 기구 또는 조직의 설치를 위해 노력하도록 한 법안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가 국내 배출원 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배출원도 상당한 만큼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도록 한 것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충남 당진시 석문면 소재 당진화력발전소를 방문, 미세먼지 저감 계획과 이행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11/7793_10750_1915.jpg)
국회 미세먼지특별위원회(위원장 전혜숙의원)도 6개월 시한부로 활동이 종료됐다.
특위는 지난 5월 정부의 실질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정부대책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지만, 본회의 통과 조차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국회 못지 않게 정부부처의 의지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회 논의 활성화 여부는 정부부처의 의지에 달렸는데, 그간 지지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산업계의 부담을 고려한 의지 부족이 꼽힌다.
대전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11일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미세먼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이렇게 많이 낮잠을 자는 이유는 국회의 의지 부족에다, 대기 환경보다는 기업이나 산업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시급한 문제는 지금 있는 법도 제대로 시행을 안하는 것"이라며, "해법으로는 미세먼지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으로 관련법 강화와 정부부처의 추진 의지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