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장하성과 김동연, 김병준과 전원책...투톱의 갈등
장하성과 김동연, 김병준과 전원책...투톱의 갈등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11.12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래 개봉한 '인턴'(The Intern)이라는 영화가 있다. '레미제라블',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알려진 여배우 '앤 해서웨이'와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인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2, 3년 전쯤 소개됐다.

이를 고루하고 삭막한 정치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인사권, 예산권 전횡을 일삼는 '자치 단체장들'과  소위  '지역 리더'라는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사람 대신 '돈' 만 우선하는 이른바 '갑질' 투성이의 기업주들에게도 다시 보게 했으면 하는 영화다.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영화에서 전업 주부였던 줄스(앤 해서웨이). 온라인 쇼핑몰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 신화를 이룬 여성 CEO다. 여기에 수십 년 직장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와 풍부한 인생 경험을 가진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이 인턴으로 채용 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 열정과 경험이 바탕이 되는 조직.
줄스는 TPO에 맞는 패션 센스, 업무를 위해 사무실에서도 끊임없는 자전거 타기로 체력 관리를 한다. 야근하는 직원을 챙기고, 박스 포장도 직접하는 자부심도 대단한, 열정적인 30세 여성이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미팅을 하고 식은 피자로 식사를 대신한다.
그러나 아내로서의 줄스, 어린 딸의 엄마로서의 줄스는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 그녀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남편은 꿈을 접고 내조를 하게 됐다. 아이의 모든 육아활동과 학부모 참여는 다 남편 몫이다.
그녀는 집에서도 직장에서 처럼 잘하고 싶다. 하지만 사업이 커질수록 할 일은 점점 더 많아졌다. 어딘지 모르게 인생이 꼬여만 가는 느낌 뿐이었다.
남편과 사이도 멀어졌다. 엄마 역할은 이미 놓은 지 오래다. 때문에 소중한 것을 모두 잃고 있다는 생각에 어렵게 일군 사업을 다른 이에게 맡기기로 한다. 그래서 마땅한 남성 CEO를 찾는다.
벤이 이때 인턴으로 오게 된다. 인생이나 사회생활로서 대선배다. 그녀의 회사에서는 시니어들을 고용하면 나라에서 주는 혜택 때문에 고용된 인턴일 뿐이었다.
인터넷 쇼핑몰 업무이다 보니 70세의 벤을 보는 줄스의 눈은 답답하기만 하다. 메일로 모든 업무를 주고 받는데 그 흔한 메일조차 없고 타자도 느리기 그지없다. 줄스는 이런 벤에게 별다른 업무도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줄스에게 계속해서 곤란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CEO라는 자리가 주는 압박감, 회사의 경영문제, 남편과의 문제, 회사 내에서 사소하게 벌어지는 일들 조차도 그녀를 예민하게 만든다.
벤은 이때 그녀 뒤에서 묵묵히 섬세한 손길을 내민다. 그녀의 머릿 속이 복잡할 때 그녀를 믿어 주는 말 한마디와, 식사 한 끼를 챙기지 못하는 그녀에게 이동 시간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던가, 그녀가 출장 갈 때 그 도시 지리에 밝은 그가 지름길을 알려준다.
이런 사소한 부분들을 인턴 벤이 채워준다. 줄스 뿐만이 아니라 그의 주변 다른 동료에게도 그는 그런 존재가 된다. 그렇게 줄스와 벤은 서로를 채워 주는 부녀 같기도 하고 때론 사업 파트너와도 같은 공감이 형성된다.
그리하여 그녀를 믿어 주는 벤의 말 한마디가 늘 힘이 됐다. 단순히 창업해서 성공하고 회사의 경영위기를 이겨 안정적으로 이끌어 내는 멋진 CEO로 거듭난다는 얘기다.
영화 속에 잊지 못할 대목의 어록이 있다. 노년의 벤이 젊은 여성 CEO, 줄스에게 하는 말이다. 그는 여사장에게 회사에 인턴으로 일하며 이렇게 말한다. "전 여기에 당신의 세계를 배우러 왔어요(I'm here to learn about your world). “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사진 왼쪽이 줄스(앤 해서웨이),그리고 벤 휘태거 (로버트 드 니로)[사진= 충청헤럴드DB켑처]​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사진 왼쪽이 줄스(앤 해서웨이),그리고 벤 휘태거 (로버트 드 니로)[사진= 충청헤럴드DB켑처]​

젊고 인생 경험이 적다고 낮춰 보거나, 또 할아버지라고 얕보는 일이 없이 서로 급변하는 사회에 위기를 극복하는 인간미 넘치는 조직 파트너를 그리고 있다.  젊은 패기와 열정, 미래를 향한 자부심이 있다면 한쪽은 위기를 관리하여 조직을 안정 시키는 경험과 노하우가 조화를 이룬 것이다.

-조화를 못이루는 투톱...결국 갈등과 위기일 뿐.

우리에게 지난 주말 여권과 야권에 빅 뉴스인 경질과 해촉 사건이 있었다. 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초기 1년 7개월 내내 엇박자를 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질 됐다. 자유한국당도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각을 세운 조강특위 위원인 전원책 변호사가 해촉됐다.
모두 투톱의 불협화음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물러온 '김앤장(김동연과 장하성)'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3대 목표로 출발했다. 그러나 경기 부진, 고용 둔화, 분배 악화 등 낙제점 수준의 성적표를 냈다. 정책적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투톱의 불협화음 자체가 경제불안 요인이라고 판단한 문 대통령이 국회 예산결산 심의 중인데도 동반 퇴장 카드를 꺼냈다. '김앤장'은 재임 기간 내내 불화에 휩싸였다. 진보 학자인 장 전 실장과 실물경제를 다뤄온 정통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는 시장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달랐다.
'김앤장'의 다른 시각은 이렇다. 장 전 실장은 지난 4일 국회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자칫 반(反)시장주의로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이다. 반면 김 부총리는 “일자리는 시장과 기업에서 만드는 것이다. 최저임금 정책도 시장과 기업의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투톱의 엇갈린 신호에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김앤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장 전실장은 “가장 잘한 것이 소득주도성장이며 내년에는 성과를 체감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같은 시각 예결위에서 “정책실장이 자기 희망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지난 5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장 전 실장은 ‘고용 감소는 없다’고 했다. 극명한 입장 차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이 일자리 수석 등을 교체하면서, 김 부총리에겐 ‘혁신성장’을, 장 전 실장에겐 ‘소득주도성장’에 “직을 걸라”고 주문했다.
이어 8월에도 '김앤장'의 협력을 공식 당부했다. 김앤장의 관계 개선과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완벽한 팀 워크’ 주문에 '김앤장' 관계는 잠시 호전되는 듯했다. 격주 회동을 통해 갈등설을 봉합하려는 모습을 잠시 연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우리 경제 지표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고용은 둔화됐고,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드는 쪽으로 양극화가 확대됐다. 산업 지표도 수출만 호조일 뿐 생산, 투자 등이 줄줄이 악화됐다. 그러나 상황을 달리 읽는 두 사람에게서 해결책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전권과 월권을 구별못하는 리더들.
한쪽은 기존 정책 기조를 사수하는 데 급급했고, 다른 한쪽은 혁신성장을 도모했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는 딱히 없었다. 곳곳에서 파열음만 내는 경제 투톱으로는 이런 엄중한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문 대통령은 두 사람 간 어색한 동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또하나. 제1 야당도 지도부 불협화음으로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한국당 비대위가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으로 맞선 전원책 위원을 한달여 만에 해촉한 것이다. 기대됐던 당내 인적청산을 비롯 쇄신이 물건너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전 위원에게 전권을 주며 시작한 인적 청산 실험이 한 달여 만에 백지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실망은 건강한 야당으로 거듭 태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도 꺾였다. 전 위원 해촉은 한국당의 쇄신이 만만찮은 일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명망가 한 두 사람으로 당의 환골탈태가 이루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전 위원 해촉은 예견된 것인지 모른다. 그는 쇄신 방향을 두고 자신의 견해임을 들어 김병준 비대위와 엇박자를 빚었다. 그는 “태극기 부대도 통합 대상”이라고 말해 극우 통합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어 ‘박근혜 탄핵 끝장토론’을 하자고 해 탄핵을 둘러싼 해묵은 당내 대립을 불어 왔다.
그의 해촉의 직접 계기가 된 전당대회 논란도 그렇다. 그의 독단에서 비롯됐다. 김병준 위원장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었다. 그렇다면 전 위원의 조강특위는 그 틀 안에서 인적 쇄신 노력을 기울이면 되는 것이다. 이를 내년 2월 이후로 연기하자는 전 위원 주장은 견해를 넘어 월권이다.
 해촉 된 그는 뒤 “내가 월권한 게 뭐냐”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폭로할 내용이 있다”는 등의 발언은 그의 평소 언행에 반하는 것이다. 14일 입장을 밝힌다고 하지만 공인 다운 언행은 아니다. 지도부부터 평당원까지 모두가 당의 재건에 힘을 쏟을 시점에 온정주의나 과거로의 회귀는 '아니올시다' 다.
한국당은 2020년 4월 제20대 총선을 1년 5개월여 앞두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쇄신의 방향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불러 모아 세(勢)만 불리는 게 쇄신이 아니다.
한국당의 개혁은 그래서 중요하다. 호불호를 떠나 능력 있는 여당과 건강한 야당의 관계가 필요해서다. 제1 야당으로서 쇄신은 지난 시기에 대한 모두의 뼈저린 성찰과 반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민주, 진보를 반대하기 위한 어정쩡한 이념으로는 해답이 아니다. 당 대표 성향에 따라 극우 보수에서 합리적 보수, 중도 보수로의 전환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정체성도 어물 적하고, 주체도 명확하지 않으면 쇄신은 ‘허언(虛言)’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