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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가 답하라
박범계가 답하라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11.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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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제나라 때 일이다. 궁궐에 난이 일어나 왕이 죽임을 당했다. 범인은 최서 라는 사람이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 태사는 역사서에 이렇게 적었다. ‘최서가 장공(제나라 왕)을 죽였다.' 이를 안 최서가 그냥 있을 리가 없다. 화가 치밀어 태사를 당장 붙들어다 사형에 처했다. 당시 사관이라는 자리는 세습제였다. 태사가 사형을 당하자, 그 손아래 아우가 사관이 됐다.

그러나 그 아우 역시 형과 같이 역사서에 썼다. ‘최서가 장공을 죽였다’ 최서는 이 사실을 전해 듣고 또다시 그 아우를 죽였다. 그러자 그다음 동생이 사관이 되어 기록서에 똑같이 썼다. ‘최서가 장공을 죽였다.' 최서는 역시 이 아우도 처형했다.

다음으로 또 다른 아우가 사관이 됐다. 그도 역시 ‘최서가 장공을 죽였다’고 역사서에 기술했다. 그제야 최서는 사관 태사 형제들과의 싸움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가 적는 글을 그대로 놔두었다. 진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태사 형제들의 용기 앞에서 권력자 최서도 어쩔 수 없었다.

대전 시의원과 국회 의원간의 진실게임

대전에서도 지금, 진실게임이 진행형이다.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 터진 당시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과 기초의원의 선거자금 요구와 공천헌금 요구가 각각 폭로되면서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9월 26일 대전시의회에 입성한 변호사 출신 김소연 의원(대전 서구 6 선거구)이 페이스북[충청헤럴드 9월 28일 첫 보도]에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정치를 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취지로 상세히 폭로했다.

김 의원은 후보일 때 아는 지인으로부터 선거를 돕겠다는 사람을 소개 받았다고 했다. 소개된 그는 선거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로 거액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선거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인 터라 처음부터 '금품 요구 거절로 부정의 싹’을 잘랐다고 했다.

선거 후에도 선거기간 동안 알지도 못하는 명분을 삼아 거액의 금품을 요구 받았다고 했다. 즉, 지난 6·13 지방선거 때 공천 대가로 검은돈 1억 원을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선거구를 물려받을 때 준다는 권리금이라는데 명백히 불법 정치자금이다.

이 페이스북 폭로로 사건이 일파만파 번졌다. 민주당도 실사까지 벌였다. 이해찬 대표의 철저한 진상규명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중앙당은 당사자들이 탈당했다며 유야무야 처리했다. 급기야 대전 선관위의 조사를 거쳐 검찰에 수사가 의뢰됐다. 검찰은 돈을 요구했다는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과 선거전문가 변재형 씨를 구속했다.

이어 대전시 서구의회를 압수 수색하며 그 폭을 넓히는 분위기다. 그중에 다른 기초의원도 김 의원의 폭로에 합류했다. 봉사 왕으로 널리 알려진 대전 서구의회 방차석 의원이다. 그는 구속된 변 씨가 선거자금으로 쓰겠다며 돈을 요구, 4000만 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과 방 의원, 그리고 구속된 전·변 씨는 모두 대전 서구을이 지역구인 박범계 의원의 측근들로 분류된다. 충청정가의 모든 눈과 귀는 당연히 박 의원에 쏠렸다. 자유한국당 등 야 3당과 언론들도 박 의원의 입장을 요구해 왔으나 사실을 부인해왔다.

유야무야된 민주당 중앙당 실사에 더 큰 의혹 

그러자 김소연 의원이 한 번 더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이번 사태에 대해 박 의원 측에 ) 4월 11일, 21일, 6월 3일, 24일 알리는 등 도움을 요청했다”라고 박 의원과 만난 시점까지 특정했다. 이어 “선거가 끝난 직후 6월 24일 박 의원이 대전에 내려 왔을 때 선거기간 고통스러웠던 일을 꺼냈더니 소리를 지르고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라고 은폐 의혹까지 제기했다.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돈을 요구받은 사실을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묵살 당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6월 3일에는 회식 뒤 박 의원이 농담조로 권리금 운운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시당위원장인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이 셀 수 밖에 없었다”며 “(박 의원이) 현금으로 해라. 권리금 안 줘서 그런가 보지라고 면박을 주셨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회 개원을 앞둔 6월 24일 문제 제기에는 '내 큰 고민은 생각도 않고 전화 한 통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네는 누구인가?'라는 면박 문자가 돌아왔다며 당시 박 의원과 주고 받은 SNS를 공개했다. 또 "(박범계 의원이) 전날 저한테 '여기가 법정이야!' 이렇게 소리 질렀어요. '정치란 말이야!' 이러면서 사람을 얻으라고. '자네 평판 관리 똑바로 해' 이러면서 소리 빽빽 지르고…"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2쪽 분량의 경위서를 중앙당에 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의 사과를 기다리지만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과 박 의원 측은 이와 정반대다. 이 주장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박 의원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 주장은 대부분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당대표 선거 출마 발표로 바쁜 상황에서 김 의원이 공천 문제를 언급해 언성을 높였을 뿐이라고 했다. 박 의원 측 보좌관도 보고 받은 뒤 (박 의원에게)알리지 않았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박 의원의 문병남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4월 하순경(4월 26일) 지역에 내려가 김 의원을 만나 사실관계를 파악했다”며 “변재형 전 보좌관이 사무실을 그만 뒀다는 말을 듣고 모든 게 깔끔히 정리된 것으로 생각해 박 의원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즉, 문 보좌관이 박 의원에게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 의원은 이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전 날 김 의원의 추가 폭로에 대해 박 의원을 대신해 수습에 나선 의도로 보인다.

서다운 대전 서구의원(용문·탄방동·갈마 1·2)도 박 의원 편을 들고 나섰다. 그는 대전 정치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지난 6월 28일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주최 여성당선자 워크숍에서 김소연 시의원과 같은 방을 배정 받아 나눈 대화 내용을 공유한다"면서 "김 의원이 박 의원과 전화통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돈이 아닌 공천 얘기만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날 김 의원은 ‘며칠 전 박 의원에게 왜 전문학을 공천하지 않고, 자신을 공천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전화를 했었다’고 하더라”면서 “(박범계 의원으로부터) 답변은 못 듣고 화를 내고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의혹제기, 반박, 재반박...납득할 해명이 필요한 시점.

김 의원은 최근 3일간 자신의 SNS에 10여개의 글을 잇따라 게시, 박 의원 측의 해명을 반박했다.

17일에는 지난 6월 24일자 자신의 일기라며 그날 박 의원과의 불편한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이어 18일 오후 페이스북에 “엊그제는 문 보좌관, 어제는 서 의원, 오늘은 누가 등판하셔서 보고도 없이 개인 자격으로 보도 자료를 보낼까요”라면서 “저는 그냥 정확한 날짜에 박 의원께 보고하고 들었던 말을 했을 뿐인데 이분들은 도대체 그 날짜와 관계없는 날의 일까지 들먹이며 뭐하시는 거지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다른 글을 통해 민주당 특별당비에서도 폭로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22일 석가탄신일에 탄방동 세등선원에 갔다”라며 “박ㅇㅇ 의원이 앉으셨고 바로 뒤에 저와 채ㅇㅇ의원이 앉아 있었는데, 박ㅇㅇ 의원이 뒤를 돌아보며 핸드폰으로 어떤 표를 보여주시고 “채ㅇㅇ 돈 준비해야겠어”라고 하며 웃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기에는 서울시 비례 7000만원, 광역시·도 비례 3500만원이라고 써 있었고, 채ㅇㅇ 의원은 너무 비싸다고 툴툴거렸는데, 서울시는 7000인데 뭐가 비싸냐고 박ㅇㅇ 의원이 대답했다”라면서 “특별당비는 불법인가요?”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 뒤 19일 채계순(더불어민주당·비례) 대전시의원은 대전 시의회 기자실에서 "김소연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특별당비가 마치 불법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해 민주당 대전시 비례대표인 저를 포함해 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혐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김 의원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한 공천관련 특별당비 납입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처럼 이 진실게임은 두 달 가까이 얽히고 설키고 있다. 그렇기에 박범계 의원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의혹만 거듭되고 증폭되는 쓰레기통에 버렸어야할 선거판의 구태가 역겹다. 거듭하여 당시 상황을 폭로하는 김 의원의 주장과, 절대 사실이 아니라는 박 의원 측의 반박은 의혹만 불거지고 있다.

한 쪽의 주장과 또 다른 쪽의 부인. 그러니 분명 진실게임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전 전 의원과 변 씨 등을 상대로 한 불법 선거자금 의혹을 수사에서 윗선 개입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시각이 박 의원의 입에 달렸다. 박 의원은 63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검정고시로 연대 법대를 나왔으며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됐다. 그의 사시 동기들은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변호사, 걍용석 변호사 등이다.

그는 94년부터 서울지법 남부지원, 서울, 전주, 대전 등에서 9년간 판사로 지냈다. 판사 때인 96년 한총련 사태관련 지방대생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기각해 언론에 알려졌다. 이어 '안기부 법원에도 좌경용공 판사가 있다'는 내용의 예비군 교육용 비디오와 관련해 안기부장이 대법원장에게 사과를 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재선 의원인 그는 지난 2002년 김민석 전 의원이 정몽준 신당으로 결합하는 것을 보고 노무현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법복을 벗었다. 노무현 참여정부 때 민정비서관, 법무비서관을 하면서 4대 권력기관 개혁을 지휘한 뒤 19·20대 국회의원이 된 정치인이다.

검찰이 손놓고 있으면 그게 더 큰 불신

지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스타로 인기 높은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뒤, 문재인 정부탄생에 기여한 친노·친문 인사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혁신위원으로 활동했고, 중점을 둔 적폐청산위원장과 생활적폐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 정부를 뒷받침 하겠다며 나섰던 당대표 출마도 유명한 얘기다. 충청 정가에서 안희정 못지 않은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다.

그래서 김 의원이 폭로한 내용 중 돈 요구내용을 박 의원이 알았는지 밝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박 의원이 있는 대로 밝히면 모든 게 풀린다. 김 의원도 마찬가지다. 할 말이 있으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게 아니다. 당당하게 공식회견을 열어 의혹과 견해를 밝히면 된다.

만에 하나, 그렇지 않다면 검찰은 실체 규명을 위해 김 의원의 추가 폭로 내용을 비롯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힘 있는 자들, 권세를 가진 자들에게는 특권이 부여되는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명명백백하게 이를 가려야 한다.

의혹은 의혹을 더 키운다. 땅에 떨어진 검찰 신뢰, 이럴 때 그렇지 않음을 보여줘야 옳다. 얼마 전 검찰 간부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검찰 불신을 얘기했다. 수사 제보도 없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건만 떠맡겨 온다고 했다.

나는 그때 언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언론이나 검찰 권력이나 불신은 비슷하다고 했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제보가 없다는 생각을 들려줬다. 공정한 보도를 한다면 언론사에 제보가 쏟아질 것이고, 수사가 공정하다면 억울하고, 약하고 분한 시민은 검찰로 달려올 것이라고 했다.

지방 경·검찰과 지방 토호세력과의 유착이 아직 존재한다. 그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최대한 성의를 다해 수사하는 일이다. 돈 많고, 권세 있고, ‘빽’이 센 사람들은 다 빠져 나가고, 힘없고, 법에 무지한 소시민에게 힘주는 권력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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