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일정이 올 스톱됐지만 20일 여야 정치권이 물밑에서 숨죽이고 예의주시하는 현안이 법관 탄핵 문제다.
전국 법관 대표회의가 지난 19일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의혹을 받는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공을 국회에 넘겼기 때문이다.
법관 탄핵 문제는 국회 의결로 결정하도록 헌법에 정해져 있다.
사법·입법·행정의 삼권분립의 권력 균형을 유지하는 우리의 틀에서 사법의 문제를 입법부인 국회에서 메스를 대는 것이다.
▶탄핵 근거와 가결 가능성은= 그러나 이날 현재 여야 정치권의 입장차가 커 의결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 같다. 국회의 법관 탄핵소추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현재 국회 모든 일정을 보이콧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이 정반대여서 당장 실현이 어렵다.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11/8003_11079_5023.jpg)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진보 정치권은 법관회의가 결의한 '법관 탄핵'에 찬성내지 신중한 쪽이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두 야당은 그 유보 내지 반대다.
그렇다면 법관 탄핵은 어떤 근거로 이뤄지고, 어떤 기준으로 의결될까.
우리 헌법 제65조에는 '국회는 헌법 및 법률을 위반한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국회 재적 의원(현 299명)의 3분의 1이상이 발의해 재적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라고 되어 있다.
이날 민주당은 법관 탄핵소추에 찬성, 환영하고 있다. 당론(黨論)으로 확정하지 않았으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 이른바 '사법 농단'을 적폐로 보는 만큼 당론 확정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법관 탄핵 소추도 필요하면 하겠다"라며 "야당과 즉각 논의하겠디"라고 했으나 의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발의는 가능해도 가결되기는 험로다.
민주당 현재 의석 수는 129석으로 탄핵소추안 발의 요건인 100석을 넘는다. 정의당(5석)도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하고 있어 발의 자체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인 재적 과반수(150석) 찬성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당(112석)은 법관 탄핵에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바른미래당(30석)과 민주평화당(14석) 역시 법관 탄핵엔 유보적인 상태다. 여기에 여당 내 비문(비 문재인 계) 역시 유보 내지 반대 입장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가진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한병도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11/8003_11080_5441.jpg)
이런 국회 구도 속에 여권과 정의당 생각대로 재적 과반 이상을 얻어 법관 탄핵을 의결하기란 쉽지 않은 이유다.
때문에 야당이 표결에 불참하면 150명 의원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 탄핵 당사자와, 의결된 뒤 절차는= 법관회의는 탄핵소추 대상 법관 명단은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지난달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현직 대법관 1명을 포함한 판사 6명의 탄핵을 요구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나오는 현직 판사 70여 명 중 일부가 추가로 탄핵소추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법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 회의에서 가결되면 법관 당사자는 헌법에 따라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며, 헌재는 이 탄핵심판을 개시한다.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탄핵소추 위원은 한국당 여상규 법제 사법 위원장이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을 반대하는 한국당 소속인 여 위원장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할지도 알 수 없다.
▶법관 탄핵소추 있었나= 우리나라에서 법관이 탄핵을 받아 파면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법관 탄핵소추안은 지금까지 두 차례 발의됐어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군부 시대인 지난 1985년 12대 국회에서 신한민주당은 당시 충남 홍성 출신인 유태흥 대법원장(1919. 11. 28 ~ 2005.1. 17)이 일선 판사들에게 불공정한 인사 조처를 했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민정당 의석이 많아 본 회의에서 부결됐다.
![충남 홍성출신인 제 8대 유태흥 대법원장[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켑처]](/news/photo/201811/8003_11081_13.jpg)
이어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 18대 국회에서는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민주당 추진으로 발의됐다. 이때는 논의조차 없이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