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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뉴스창] 文정부와 민노총, 왜 틀어졌나
[신수용의 뉴스창] 文정부와 민노총, 왜 틀어졌나
  • [충청헤럴드=신수용 대기자]
  • 승인 2018.11.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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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차담회에 앞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차담회에 앞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크게 기여한 민주노총(이하 민노총)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민노총은 21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중단과 노조법 개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광주형 일자리 저지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7일에 이어 두번째 파열음이다.

민노총은 22일 출범하는 정부와 기업·노조의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노사위, 노사정의 후신)'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정부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에 민노총을 뺀 채 출범시키게 된다. 

두 기관 사이는 끈끈한 관계다. 지난 2012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을 고칠 만큼 탄탄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긴밀한 사이였다.

그 결과 지난 2016년 4월 제20대 총선과 지난해 5.9대선에서 문재인 정부 탄생에 민노총이 크게 기여했다.

▶돈독했던 여권과 민노총= 집권 직후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는 어느 때보다도 돈독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약속할 정도였다. 

노동계에는 민감한 주제가 될 수 있는 고용 문제도 노사정이 함께 하는 일자리 위원회를 통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 강행돼 한국노총마저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게 만든 양대 지침도 이내 폐기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직후 노동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노동계와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으나 민노총과의 친밀한 관계는 유지됐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경영계와 노동자 모두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주신다면 우리 경제정책, 노동정책이 노동계와 경영계에게 유익하다는 점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며 신뢰를 호소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노동계와의 상견례를 가졌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불참했다.

결국 올해 1월엔 문 대통령과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청와대에서 만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단독 회동한 건 2007년 이후 11년 만이었다. 

▶왜 틀어졌나= 그러나 올 1/4분기에 들어서면서 균열이 생겼다. 급격히 악화된 고용 지표가 단초가 됐다. 지난 2월부터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되고 노동계와 경영주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던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도 급격히 후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9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지도부들과 차를 나누며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9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지도부들과 차를 나누며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에 대한 정책 변화도 민노총에게 불신을 가져왔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던 2020년 시급 1만 원 공약은 공식 파기됐고, 그나마 인상된 최저임금도 산입 범위 확대를 강행하면서 사실상 보수정권 시절 수준의 인상폭으로 크게 후퇴했다.

문 대통령 집권 첫해인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2001년 이후 최대 최저임금 인상폭인 16.4% 인상을 통과시켰지만, 올해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10.9%로  추락했다. 

이와 함께 한국GM 노조가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한 건 갈라진 노정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때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및 한국 시장 철수 거론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가 앞장서 노조의 양보를 압박했다. 

합의문 발표 직후 "한국 노사협상에 있어 노조가 이렇게 많은 양보를 한 적은 없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던 홍 원내대표는 정작 노조의 사무실 점거에 "너무 일방적이고 말이 안 통한다"고 비난했다. 

얼핏 친노동 정책으로 보이더라도 실제 내용은 노동계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된 사례도 많다. 사실상 자회사 간접고용으로 요약되고 있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나, 노동시간 단축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민노총은 이 중에서도 국회가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통과시킬 때 거세게 반발했다.

▶민노총, 정부의 친기업 행보에 이견= 이미 근로기준법에 주당 노동시간과 연장노동 시간을 명확히 규정하고도 정부의 잘못된 해석 탓에 장시간 노동 관행이 굳어졌을 뿐이었다. 이런 공감대로 지난 대선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주요 후보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약속했던 터다.  

민노총은 '휴일수당 중복할증' 여부를 놓고 정부 스스로 기존 행정해석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휴일수당 중복할증을 개정안에서 제외해 사실상 정부와 기업에 '면죄부'를 줬다. 

정부의 친기업 행보는 대폭 넓어졌다. 특히 지난 7월 문 대통령이 아직 국정 농단 사태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만난 사건은 노동계의 불안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와 광주형 일자리를 밀어붙인 일은 노정 갈등의 뇌관이 됐다. 

21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앞서 전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지도부 시국농성 마무리 및 11.21 총파업투쟁 결의' 기자회견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1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앞서 전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지도부 시국농성 마무리 및 11.21 총파업투쟁 결의' 기자회견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로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 위축을 해결하기 위해 조건부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탄력근로제와 신규 고용을 보장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포기할 수 없다. 

특히, 2019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광주형 일자리 협상에서 물러나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민노총의 입장은 다르다. 민노총은 탄력근로제가 확산되면 연장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뿐이라고 우려한다. 광주형 일자리 역시 장기적으로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20일 청와대 앞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국회는 '올 연말 안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합의하라고 협박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책임은 다 하지 않은 채 노동자 민중을 겁박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가 민노총을 비난하면서 균열이 가시화됐다.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충청헤럴드db]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충청헤럴드DB]

"민주노총이 11월 총파업을 선포하며 '경노사위'에도 참여하지 않아 국민 걱정이 크다"(이낙연 국무총리), "개악이라고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니다"(홍영표 원내대표),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의 공세적 언사도 부쩍 늘어났다.

이처럼 정부와 노동계가 서로 '장군 멍군'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이는 분위기는 올해 초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물론 진보정책 추진 동력으로 노동계 지지가 필요한 정부도, 아직 노사정 대화 복귀를 원하는 민주노총도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어 대화를 통한 극적인 사태 해결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쌓인 입장 차를 서둘러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여당과 민주노총 내부에도 사태 해결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노정 갈등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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