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은 각각 사법부의 수장, 검찰 수장이다.
이런 수장들의 27일은 잊혀지지 않을 하루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하던 오전 9시 10분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남모(74) 씨로부터 대법원 앞에서 화염병에 습격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법원 정문으로 진입하던 김 대법원장의 승용차의 조수석 앞바퀴에 화염병의 불이 옮겨 붙었고, 화염병을 던진 남 씨의 몸에도 불이 붙었으나 현장에 있던 청원경찰들이 소화기로 불을 즉시 진화했다.
김 대법원장과 운전자 등은 다치지 않았으며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 씨는 현장에서 검거돼 인근 파출소로 이송됐다.
남 씨는 시너를 담은 플라스틱 병에 불을 붙인 뒤 승용차를 향해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남씨 가방에서 시너 추정 인화물질이 들어있는 500㎖ 페트병을 4개 더 발견해 압수했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제(26일) 을지로의 페인트 가게에서 시너를 구입했다. 민사소송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내 주장을 받아주지 않아서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찾아가 눈물사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사진 왼쪽)과 출근길 재판결과에 불만을 가진 70대에게 화염병습격을 당한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충청헤럴드db]](/news/photo/201811/8209_11304_2115.jpg)
문무일 검찰총장도 27일 '눈물의 사과'를 한 날이다. 초유의 일이다.
문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 센터에서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났다. 정부와 검찰 선배들이 저지른 잘못에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문 총장을 만난 피해자들은 30년 전 피해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81년 형제복지원에 처음 끌려가는 등 세 차례나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다는 김대호 씨는 “50m 근처 여인숙이 집이라고 했는데도 경찰이 보내주지도 않고 차 안에서 감금하고 구타했다"며 “그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나. 죄도 없이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잡아가는 것이 말이 되나. 형제복지원에 잡혀가는 바람에 친구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흙벽돌 지고 올라가고 그랬다. 군인도 아닌데 1소대, 2소대 이런 식으로 부르고, 잘못을 안 해도 단체로 기합을 줬다. 부모 다 잃어버리고 배우지 못한 것이 진짜 한스럽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10살 때부터 세 차례, 아무 이유 없이 끌려가 매 맞고 강제 노역을 해야 했던 김 씨가 끔찍한 기억을 토해내자 문 검찰총장이 눈물을 쏟았다.
감정을 추스르며 준비한 자료를 읽어내려 갔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김 씨의 사연을 들은 문 총장은 감정에 복받치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고, 휴지를 건네받고는 안경을 벗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