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news/photo/201812/8423_11616_161.jpg)
프랑스 사람들은 미테랑 전 대통령을 ‘프랑스의 풍경(風景)'이라고 말한다. ‘미테랑 대통령의 말년’이란 영화에는 그의 열정이 나온다. 1996년 숨지기 전 2년간의 말년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미테랑이 젊은 기자를 만나, 병마와 싸우면서 고통스러웠던 말년을 구술하는 형식이다.
프랑스인은 그를 사랑한다. 그는 가난한 철도원의 아들로 14년이나 대통령을 했다. 재직 시에 그의 평가는 보잘것이 없었다. 부정부패 얘기가 나오자 25년 동안 이어진 기득권 세력의 책임이라고 변명도 했다.
그가 퇴임하기 전, 몇 해 동안 정부 내부의 부정이 꼬리를 물었다. 실업자 수도 350만 명으로 늘었다. 물가도 해마다 폭등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를 믿었다. 그가 성실해서다. 일밖에 모른 열정 때문이었다. 참모들과의 충돌도 잦았다. 그렇지만 그의 노련미와 위기 대처능력을 신뢰했다.
-미테랑의 위기 대처능력과 리더의 열정.
그는 말년에 암에 걸린 것도 숨겼다. 병세는 뒤늦게 알려졌지만 시간을 다투는 말기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났다. EU(유럽 통합)이 독일. 영국 중심으로 추진, 프랑스가 밀리는 위기에 그가 나섰다. 암 통증을 참아가며 세 시간이나, 텔레비전 토론에 참가할 정도였다. 그 뒤 참모들의 손에 끌려 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대통령 관저를 공식 행사 때만 썼다. 잠은 늘 자기 집에 돌아가 잤다. 공과 사를 분명히 했던 것이다. 통역사가 친척이라는 이유로 다른 곳으로 보냈다. 그가 애쓴 것은 권력의 분산이었다. ‘모든 권력에는 거기에 대항하는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신념이었다.
그에게 스무 살 된 사생아가 있다는 ‘파리 마치’의 보도가 터졌다. 그는 즉각 기자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변명하지 않았다. ‘국민이 실망했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사생아가 있다는 보도는 정확하다’. 그리고 자신의 솔직한 시인을 국민에게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사라예보에 갔을 때다. 그가 착륙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공항에 박격 포탄이 여러 발 떨어졌다. 그는 경호원이 꺼내 준 방탄조끼를 AFP통신의 여기자에게 넘겨줬다. 여기자는 “저는 대통령 등 뒤에 숨겠습니다.”하고 사양했다.
참모들과 끊임없는 충돌 속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은 우직스러운 일 추진은 열정이었다, 위기에는 만사 제치고 탁월한 관리에 나서는 지혜가 있었다. 개인 프라이버시는 늘 존중했다, 자신의 비난엔 솔직히 인정했다. 그리고 인간미가 따뜻했다. 그러면서 공과 사는 분명히 하는 지도자였다.
이런 일이 민주주의다. 국민의 주인인 나라의 참모습이다. 우리에게는 여러 명의 대통령이 옥고를 치렀다. 지금도 두 명의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된 우리와는 딴판이다. 권위주의에 사로잡혔으면서, 입으로만 민주주의를 외치는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미테랑은 퇴임 전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관심은 열정이다. 일하는 사람의 그 열정, 그것은 오늘의 평가가 아니라 미래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그는 일할 때 시끄럽지만 미래를 위해 일하는 인간에게는 언제까지나 미래가 있다 “.
-차기 대권후보 범진보, 범보수 갈라진 정파.
요즘 정치인 미테랑이란 인물이 새삼스럽다. 최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가 심심찮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19개월인데 벌써 ‘차기 대권’ 얘기가 회자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이는 미디어의 발전과 새로운 권력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최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성인 2513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 관한 설문조사(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결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5.1%로 1위를, 황교안 전 총리가 12.9%로 2위다.
이 조사는 여야를 합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이다 보니, 흥미롭다. 결과대로면 이 총리와 황 전 총리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인 셈이다. 여야 통틀어서도 이 총리와 황전 총리가 10여 명의 당사자들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그중에도 범 진보, 범여권 내에서는 이낙연 총리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임종석 대통령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등에 비해 큰 차로 앞선다.
범 보수 범야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범 보수에서 황 전 국무총리가 손꼽힌다. 유승민 바른 미래당 전 대표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자유 한국당 전 대표. 손학규 바른 미래당 대표 보다 크게 앞선다.
추석 이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이, 황 전. 현직 국무총리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양강 구도가 몇 달째 이어지는 것이다.
두 사람은 아직 이 결과에 이렇다 할 공식 메시지가 없다. 이 총리의 경우 지난 10월 국회의원들의 대정부 답변에서 “조심스럽다”라고 했다. 조심스럽다는 게 문 대통령에 대해선 지, 자신의 행보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쁠 것도 없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황 전 총리도 지난 9월 일부 한국당 의원과 만찬을 시작으로 출판기념회, 그리고 페이스 북과 강연 등을 가졌다. 하나 속 시원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저 현실정치에 뛰어들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할 뿐이다. 지난달 30일 서울대 강연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러 이야기를 잘 듣고 있고 여러 생각도 하고 있다”라고 답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속을 살펴보면 이미 싸움은 시작된 듯하다. 조사의 답처럼 2022년 제20대 대선까지 가게 될지 속단하기는 어럽다. 반대로 고건이나 반기문이나 정몽준이나 지난 2012년 안철수처럼 중도 사퇴할지는 아직 모른다.
왜냐면 이들 두 사람은 정치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필자와 국회를 같이 출입한 21년의 경력기자였던 이 총리는 4선 국회의원, 5번의 대변인, 그리고 전남도지사. 정무감각에 행정 능력까지 갖춘 18년 정치 경력의 백전노장이다.
황전 총리 역시 일선 검찰청을 돌며 민초들을 만나온 검사 출신이다. 일종에 ‘성시경’이다. 이른바 ‘성균관대-사법시험-경기고 출신’이다. 그 역시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하면서 정치권력과 마주했었다.
-이낙연. 황교안의 대권실력쌓기돌입.
두 사람은 사실상 언제든지 현실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총리만 하더라도 최근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총리 취임 이후 줄곧 자신과 호흡을 맞춰온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을 현 정부 2기 경제정책을 책임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천거해 관철시켰다.
이는 그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17개월간 호흡을 맞춰온 홍 부총리가 취임하면 경제정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청와대에 알아보니 문 대통령과 매주 월요일 오찬을 함께하면서 국정을 논의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과의 빈번한 접촉으로 왕성하게 소통하고 있다. 살충제 성분 계란 파동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돌발 현안들에 일사불란하게 대처하며 컨트롤타워 역할도 해냈다.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문 대통령 앞에서 문대통령 사람이라는 장차관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군기반장’을 자임했다. 그에게 문 대통령은 최근 “이 총리가 정상회담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며 다자외교 무대에 이 총리를 자주 투입하겠다고 밝혀 ‘대권 실력 쌓기’를 돕는다는 시각도 있다.
황 전 총리는 일단 우뚝 선 보수의 대표주자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보수의 중심인 한국당 내 이렇다 할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홍 전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오세훈 전 시장 등이 거론되나 주류가 아니다. 주류가 아니면 확장성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황 전 총리 급(級) 인물도 안 보인다.
그래서 잔류파라는 주류에서 황 전 총리를 자꾸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중에 충남 부여 사람인 유기준 의원 등 6명은 지난 9월 황 전 총리의 식사 자리를 주선했다. 이후에도 유 의원은 황 전 총리에 대해 “차기에 우리 당을 이끌 수 있는 사람, 우리 당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도 이들의 ‘러브콜’에 반응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황교안이 답이다’라는 출판기념회 이후 페이스 북과 강연 등에 적극적이다. 그래서 그가 ‘여러 얘기를 잘 듣고 있고,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는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이 전. 현직 행보에 쏠린 눈은 그 들만의 것이다. 속담의 말마따나 ‘떡 줄 사람은 생각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격일까.
떡 줄 사람, 즉 국민은 이 ‘금수저의 예고된 전쟁’에 큰 관심이 없다. 무너지고 쪼개지고, 흩어지는 이 ‘위기 대처’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불안하고 답답한 미래를 걱정하는 민생을 어루만져줄 리더가 더욱 필요한 까닭이다.
-나라의 명운달린 리더를 가릴 줄 아는 국민.
이런 험악하고 쪼들리는 민생경제의 추락 앞에 위리 관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대처할 리더십에 실망한 ‘떡 줄 사람’의 허탈은, 이런 상황이 공허하다.
대통령감이라고 뽑아 놓으면, ‘리더십’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았다. ‘리더십’ 대신 ‘헤드십’만 있어서 번지르한 장밋빛 구호에 속아온 것이다. 그런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명분과 변명을 구실만 찾느냔 말이다.
암덩어리를 담아두고, 그 쓰라린 통증을 숨긴 채 위기관리에 대처한 미테랑의 리더십이 우리에게는 찾아볼 수 없다. 리더들이 똑똑하지 못해 위기를 불러왔으면, 야당 정치권이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역시 마찬가지다.
끼리끼리 국회에서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하지 진정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이낙연. 황교안 현. 전직 총리를 포함해 재수 좋게 여야 10여 명이 대권 반열에 올랐을지 모른다.
이들 한 사람씩 꺼내놓고 생각해보면, 이들에게 민생위기상황을 맡길만한 리더인지 쉽게 답을 내기 어렵다. 나라와 미래가 어려울 때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링컨, 처칠, 루스벨트, 드골, 미테랑, 레이건, 티토……. 수없이 많은 동서양의 리더들은 위기일 때 빛이 났다.
반대와 야유와, 유혹이 있었지만 오직 나라의 미래를 걱정했다. 어떤 재난과 전쟁, 경제위기가 닥쳐도 그들을 현실을 피하지 않았다. 우리처럼 ‘과거의 정부’로 떠밀지도 않았다. 위기와 시험이 와도 더 굳건하게 국민과의 신뢰를 쌓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낙연이든, 황교안이든 대권 반열에 오른 이들을 지금부터 눈여겨봐야 한다. 그저 리더들의 능력도 보지 않고, 미래를 향한 소신도 읽지 않고 내 운명을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이대로 두고 미래를 준비할 수 없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