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나와 다르면 '적(敵)'인가
나와 다르면 '적(敵)'인가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12.17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3당 야합으로 민주계 중심으로 YS(김영삼) 정부가 들어섰을 때다. 문민정부라고 했다. 민정계(노태우), 공화계(김종필)가 합친 3 당야합으로 이룬 정부다. 한 지붕 세 가족이 동거를 하다 보니 수시로 부딪혔다.

문민정부는 출범 10개월 차까지 85%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금융실명제,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 5.18 광주항쟁 등 역사 바로 세우기, 비리 부정 척결이란 이름의 사정(司正) 활동이 YS의 지지를 높였다.

YS의 독특한 카리스마까지 덧 칠 됐을 때는 무려 92%의 높은 지지까지 올 랐다. 그러다 보니 YS정부는 교만하기 시작했다. 여론 지지율에 함몰된 것이다. 국내외 언론에서 ‘YS 찬양 보도’와 ‘인물연구 분석’까지 나왔으니 그럴만했다.

그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아들 현철 씨까지 옥고를 치르고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유는 함께 집권한 민정계를 내치고, 내각제를 하겠다고 약속한 JP를 홀대했기 때문이다.

지지율을 보니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한 YS가, 어제의 동지들을 토사구팽(兎死狗烹)했기 때문이다. 민정계에서 김윤환. 이한동을 끌어들이고 , 이종찬 계를 내쳤다.

JP의 신 민주 공화계가 부담스럽자, 권영해 안기부를 시켜 JP 뒷조사했다. 그러자 JP의 신 민주 공화계가 떠났다. JP는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YS를 압박했다. 여기에 19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를 은퇴하고 영국으로 떠난 DJ(김대중)도 귀국, 정계에 복귀하면서 YS는 사방의 적에 둘러싸였다.

다급해진 YS는 이회창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로 발탁했다. 그러나 대쪽이자 소신이 강한 이회창은 YS의 비선과 부딪혔다, 남북문제를 총리 모르게 YS에 직보 하자 이에 반기를 들고 총리직을 던졌다.

YS가 의지하는 사람들은 수족들뿐이었다, 즉 거창 불곰이라는 고 김동영, 고 최형우, 고 황명수, 김덕룡 의원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직언도 귀찮았다. 그래서 오직 믿을 만한 이는 아들 현철 씨뿐이었다.

박정희와 YS, 직언하는 측근을 배척한 리더

한때 ‘소통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모든 권력이, 검은돈이 그를 유혹했다는 것이다. 당 조직도, 정부조직도 모두 허깨비였다. 현철 씨를 검찰마저도 손을 대지 못하자 충청도 출신 심재륜 인천지검장이 나서 그를 조세범 처벌법으로 구속해 버렸다.

그 와중에 YS의 최측근인 고 최형우 내무장관과, 김덕룡 정무장관이 나섰다. 그들은 ‘현철 이를 외국으로 보내지 않으면 큰일 날 것’이라고 고언을 했다. YS는 “당신 자식들이나 잘하라고 해.” 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지난날 박정희 대통령에게 JP가 직언했을 때와 같다. 박정희는 JP가 “영애( 박근혜)에 대한 소문이 안 좋다. 사이비 목사 최태민과 가깝다는 소문이 많다. 최 목사라는 이와 떼어놓으라”말하자, 역정을 냈다는 것과 똑같다.

말년에는 비선인 현철 씨 믿었다. 현철 씨는 공부도 잘하고 영리한 이로 알려졌다. 여기에 안기부의 고위 간부들이 뒤로 현철 씨에게 밀어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YS에게 전하니 ‘오, 자랑스러운 내 아들’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은 1997년 한보 청문회 때 이를 집중 추궁했다. 이전 회장은 당시 자민련 국회의원이었다. 한보 정태 수전 회장의 특혜 대출에 대한 청문회에서다. 그때 증인으로 현철 씨와 안기부 김기섭 기조실장을 불러 이를 호되게 따졌다

YS는 자기의 생각과 다르면 모두 적으로 만들었다. 평생을 같이 해온 상도동계도, 집권에 일조한 민정계와 박철언 등 TK 정치인들, 신 민주 공화계도, 심지어 심복들도 모두 등졌다.

자파를 쫓아낸 YS. 그는 1996년 4월 제15대 총선이 다가오자 심란해졌다. YS는 이회창을 다시 중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차기 대선주자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 이회창은 여 대야 소를 만들었다.

적의 적은 동지였다. DJ는 이들을 모두 감싸 안았다. YS를 제일 잘 안다는 이종찬의 민정계도, JP의 자민련도, TK 박태준. 박철언도, 심지어 찬밥이 된 상도동계 인사들도 모두 DJ우산 속에 모여 ‘YS타도’를 외쳤다. 유일하게 이회창과 김덕룡, 강삼재 등은 반 DJ그룹에 섰다.

‘정치보복을 않겠다’ 던 DJ는 자신을 괴롭혔던 박정희 정권의 2 인자 김종필과 TK보수의 중심 박태준을 총리로 썼다. 또 YS정권 때 원내총무를 지낸 이한동도 총리로 썼다.

전두환 신군부 정권에서 원내총무를 지낸 이종찬을 국정원장으로, TK의 김중권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앉혔다. 수시로 박정희 정권 때 재무장관인 김용환을 불러 경제를 논의했고, 박정희, YS때의 이만섭을 연거푸 국회의장으로 밀었다.

정치보복멀리하며 이견을 들은 DJ 정권

뿐만 아니다. 대선에서 피 튀기며 싸운 이회창과 세 번이나 영수회담을 갖고, 박근혜를 초청해 청와대에서 오찬도 했다. 심지어 노무현. MB. 박근혜 정권에서 사라진 전직 대통령들과도 만찬 회동도 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인 조세형, 최병렬. 김종필, 김용환, 정몽준 등과도 만났다. 생각이 180도 다르거나, 이념과 종교가 다른 이를 만나 자신을 가다듬었다. IMF 극복과 4대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나와 다른 정적의 얘기를 들었다.

DJ는 ‘YS가 자식 관리도 제대로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DJ 역시 두 아들이 현철 씨와 엇비슷한 일로 곤혹스러워했다. 후농 김상현 의원, 리틀 DJ 한화갑이 이를 지적했지만, DJ는 “우리 애들은 그럴 리 없다”며 듣지 않았다.

임기말 출입기자 만찬 때 DJ는 ‘자식들을 잘못 키운 것은 내 잘못‘이라고 말하던 일이 생각난다. 측근들은 워낙 많은 정치탄압을 받아온 DJ라서, 고생한 자식들에게 너무 애틋하게 대한 것이 이런 사태를 불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와 다르면 적’으로 보는 보복설이 횡행하더니, 연말에 핫이슈가 두건이 터졌다. 나와 다르다 해서 적으로 몰아붙이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의혹의 하나는 대전에서, 하나는 청와대에서 터져 세상이 떠들썩하다. 우리에게 생각이 다르다 해서 적이 되는 개탄스런 세상이다.

먼저 대전 KAIST 신성철 총장에 대한 얘기다. 정부는 최근 대전 출신인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 때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무상 제공키로 한 연구 장비(XM-1)에 대한 사용료를 송금, 이 돈이 제자의 인건비 등에 쓰였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KAIST 이사회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신 총장과 LBNL은 문제가 없다며 반박했다. LBNL의 경우 유영민 과기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의 감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KAIST 교수 205명 등 과학기술인 665명의 과학기술계는 신 총장 직무정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신 총장을 퇴임시키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과학계 일각에서는 전 정권 때 임명된 과학계 인사에 대한 표적 감사, 정치적 물갈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신 총장은 박근혜 정권 때인 2017년 2월 취임해 아직 임기(4년)를 2년 이상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KAIST 신총장사태, 그리고 청와대 김모수사관 교체의혹

사실인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과학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념에서 자유로워야 할 과학 분야마저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정부출연 연구기관 기관장은 하재주 전 한국 원자력연구원장, 조무제 전 한국 연구재단 이사장 등 벌써 11명에 달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신성철 KAIST 총장의 연구비 오용 관련 고발 조치에 한국 과학자들이 항의(South Korean scientists protest treatment of university president accused of misusing funds)’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네이처는 이 사건을 다루며 "한국 과학자들이 `정치적 숙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다. 이게 사실이면 한국 과학계 위신 추락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과학기술계에 정치권력이 개입하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과학기술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없기에 말이다.

물론 지난 4일 열린 KAIST 이사회가 신 총장 직무정지 결정을 유예했다. 정부 측 당연직 이사 3명이 직무정지 의결을 강력 주장한 반면, 선임직 이사 6명은 유예 의견이었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사회 의결 표결 상황을 보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결과대로면 제기된 ‘과기정통부의 성급하고 무리한 총장 찍어내기’에 이사회가 제동을 건 것이다.

다른 또 하나는 지난 주말 내내 톱뉴스를 장식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특감반) '비위 의혹' 사건이다. 지난달 검찰로 원대 복귀해 감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 모 수사관이 '보복성 인사조치'라며 그 배경을 끄집어냈다. 

그는 "여권 중진 A씨의 비리 의혹을 상부에 보고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쫓겨났다"고 말했다. A씨는 현 정부 출범 초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검토됐던 이다.

김 수사관은 이를 뒷받침할 A4용지 5장, 2580자 분량의 문건을 작성해 한 언론에 공개했다. 내용인즉 김 수사관은 작년 9월 A씨가 j회장으로부터 조카 취업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10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감찰 보고서를 작성, 조국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

또 "당시 이인걸 특감 반장이 A씨의 감찰 보고에 대한 후속 상황 설명도 해줬다"며 자신의 감찰 보고서가 청와대 고위 라인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오간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이 특감 반장은 김 수사관에게 "박형철 반부패 비서관이 민정수석에게 (감찰 내용을) 보고했는데 (조국) 수석님이 '(의혹이) 확실하냐.'고 물었고 비서관은 '확실하다'고 했다"며 "이후 수석님이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는데, 임 실장이 '사실로 판단됐으니 대비책을 마련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은 "(그러나) 박형철 비서관과 이인걸 특감 반장은 '보안을 잘 유지하라'고만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이라는 직무를 고의로 유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력·금력, 사람마음부터 얻어야 생기는 법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펄적 뛴다. 김 수사관이 사적인 사건을 경찰에 문의하는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반박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의 하나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역시 청와대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내친 셈이다.

당연히 청와대는 그런 보고가 있었지만, 허위라며 김 수사관을 의법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윤영찬 홍보수석이나 김의겸 대변인은 "민정수석실이 해당 첩보를 보고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A씨도 언론의 통화에서 "청탁을 받지 않았고, 불법적인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허위 제보를 통해 작성한 허위 문건"이라고 했다.

이처럼 내 생각과 다르면 적(敵)이 되는 우리 조직문화. 적으로 내모는 이는 언젠가는 사라질 권력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한다. 내생 각과 다르다 해서 적으로 내모는 정치권의 저질문화를 보면 선진국으로 가기는 너무 멀었다.

그렇다고 내몰린 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있나. 결국 내부자 고발을 통해 보복자를 벌거벗겨 놓는다. 악순환은 악순환을 낳는다. 전 정권 사람이면 어떻고, 지금 내 생각과 다르면 어떤 가. 본령에 충실하는 이가 존중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악순환이 정치권이나 기업이나 똑같다. 한시적인 권력에 취한 이나, 간간히 돈 몇 푼 있다고 약자들에게 갑질 하는 ‘속물근성’의 군상들을 보라. 때리고, 욕설하고, 던지고 막말하는 그 갑질들……. 곧 불행이다. 잠시 권력을 잡기 위해, 돈 몇 푼 벌려고 시뻘게진 불법, 탈법, 위선들은 곧 그 씨앗이다. 권력도, 금력도 아니다.

사람을 얻는 것,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이 아니라 마음을 얻는 일이 먼저다. 권력보다도, 돈을 버는 일보다도 더 중요하다. 왜? 권력도, 돈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으로 시작하니까. 권력보다, 돈보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라. 그러려면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어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