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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혁신도시 지정, 알고 보면 ‘외로운 싸움’
내포혁신도시 지정, 알고 보면 ‘외로운 싸움’
  • [충청헤럴드=안성원 기자]
  • 승인 2019.03.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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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원의 ‘틈’] 충남도 숙원사업 불구 ‘초당적 협력’ 아쉬워
충남도청 소재지인 내포신도시 전경. [자료사진]

충남도가 올해 ‘내포혁신도시 지정’을 도정 제1과제로 삼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해 취임 초부터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청와대와 충청권 광역단체장들과도 공조하며 전선을 넓혀왔다. 지난해 하반기 충남도청을 찾은 이해찬 총리가 혁신도시 지정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여당 지도부가 내포신도시를 방문해 혁신도시 당론 채택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설 명절 직전인 1월 19일 홍성군을 찾은 이낙연 총리는 “혁신도시를 무조건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발언을 내놨다. 이 전날 제주에서 열린 41번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는 충남이 제안한 혁신도시 추가 지정 안건이 의제로 상정되지 못했다. 타 시도에서 대전과 충남이 혁신도시로 추가 지정되는 걸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 충남도지사를 지낸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도청을 방문해 “혁신도시 지정해서 뭐하냐”는 무용론을 던지기도 했다. 이후 분위기는 냉랭하게 흐르고 있다. 

혁신도시 지정을 대전과 충남만 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특정 지역과 특정 정치인의 문제로 여겨지는 모습이다. 이는 대전보다 충남이 뚜렷하다.

먼저 내포신도시의 정치구조를 짚어보자. 예산·홍성 경계에 위치한 내포신도시는 충남도청 소재지로서 민주당 소속 양승조 지사의 거점이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지자체인 예산과 홍성은 각각 자유한국당 소속 황선봉·김석환 군수가 지키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 역시 한국당 소속 홍문표 의원이다. 

지역 여당의 수장인 도지사의 근거지이자 자유한국당의 표밭인 셈이다. 이런 구조 때문인지, 얼핏 보면 내포신도시 혁신도시 지정 추진은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지는 듯하면서도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양상이다.

내포신도시 민주당 ‘도지사 거점’이지만 자유한국당 ‘표밭’

11일 황선봉 예산군수와 김석환 홍성군수를 비롯해 이승구 예산군의회 의장, 김헌수 홍성군의회 의장, 충남도의회 김기영·방한일·이종화·조승만·황영란 의원 등은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공동유치 성명서를 발표했다.<br>
내포신도시는 민주당 소속 양승조 도지사의 거점이지만, 지리적으로는 자유한국당 황선봉 예산군수(가운데 왼쪽)와 김석환 홍성군수(가운데 오른쪽)의 표밭이기도 하다. 지난해 소방복합유치센터 공동기자회견 모습.

일례를 들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과 관련된 법안을 볼 수 있다. 여·야에서 3개나 발의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먼저 한국당의 홍문표 의원이 각 광역시·도 관할 구역 안에 1곳 이상 혁신도시를 두자는 내용의 혁신도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기관을 확대하는 법안, 같은 당 강훈식 의원(아산을)이 발의한 지역인재 의무 지역에 대전·충남을 포함시키는 법안 등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홍문표 의원은 자신의 개정안에 대해 지난 7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대전충남혁신도시지정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하고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홍 의원은 또 이낙연 총리의 홍성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공개적인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이 결의안에는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박성중(서울 서초을), 유민봉(비례), 박덕흠(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이은권(대전 중구), 안상수(인천), 이명수(충남 아산갑), 정용기(대전 대덕) 등 한국당 의원들과 위성곤(민주당·제주 서귀포) 의원이 동참했다. 충남지역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참여했다.

상대적으로 강훈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10명 중 어기구(당진)·조승래(대전 유성갑)·양승조(당시 천안병) 의원 등 대전·충남 국회의원 4명이, 박병석 의원의 법안에는 13명 중 김종민(논산계룡금산)·박범계(대전 서구을)·이상민(대전 유성을)·조승래 의원 등 5명이 참여했다. 지역 국회의원의 참여가 절반이 채 안 된다.

양 지사가 국회의원시절 발의한 특별법 개정안도 비슷하다. 10명 중 강훈식·김종민·어기구 등이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박완주(천안을) 의원은 세 번의 혁신도시 관련 법안에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다. 법안 참여율로 전부를 평가할 순 없지만, 충남지역 국회의원 중 강훈식 의원 외에는 개별적으로 혁신도시와 관련해 활동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초당적인 협력은커녕 지역 민주당 의원들조차 한뜻으로 중지를 모으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전국적으로도 외로운 싸움을 하는 내포혁신도시가 충남 안에서도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되는 이유다.

혁신도시 외로운 싸움, ‘충청 홀대론’ ‘핫바지’와 다르지 않아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최근 청와대 개각과 SK하이틱스 수도권유치 등을 놓고 '충청홀대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자료사진]

흔히 지역 정치권의 역할을 축구팀에 비유하곤 한다. 각자 역할이 있지만 결국 골을 넣어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데 목적을 두고 유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움직여야 되기 때문이다. 이번 혁신도시의 경우 ‘정당’이나 ‘계파’가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축구팀을 짜면 어떨까. 

최근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수도권 공장총량제 특별물량 조정 움직임이나, 청와대 개각 충청인사 소외, 4대강 중 금강보 우선 조치 등 야권을 중심으로 ‘충청 홀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초당적’인 합작의 부재도 작용하고 있다. 천안시의회에서 불거진 “다시 ‘핫바지’ 소리를 듣게 된다”는 성토도 같은 맥락이다. 내포혁신도시 투쟁은 ‘충청 홀대론’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영·호남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있지만, 충남은 없어서 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것 아니냐. 우리도 지역 현안이 발생할 때 다 같이 머리띠 두르고 국회와 청와대에 항의한다면 쉽게 보지 못할 것”이라고 혀를 차기도 한다. 기자 역시 대한민국 정치의 병폐로 여겨지는 ‘지역주의’를 경계하는 입장임에도 이 주장이 십분 이해된다.

총선이 다가오다 보니, 혁신도시 성과가 상대 에게 넘어갈 가능성을 경계해 ‘각계전투’ 양상을 전개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일리가 있다. 현실정치의 어쩔 수 없는 생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관련된 ‘수도권 규제완화’, 내포혁신도시에 대한 ‘국가 균형발전 외면’ 등 큰 명분 앞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지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아무리 사자라도 뿔에 달린 들소는 쉽게 덥치지 못하는 법이다.

 

‘틈’은 기자가 취재 현장과 현실의 사이에서 느낀 단상을 풀어놓는 코너입니다. ‘틈’이라는 이름은 ‘간격’을 뜻하는 단어 본래의 사전적 의미와 ‘통하게 하다’라는 뜻의 ‘트다’의 명사형을 칭하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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