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연속 보도하고 있는 대전천 기름누출 사고에 대한 뒷수습이 1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정화 조치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오염을 일으킨 석유 판매 업체는 ‘자율적’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진행은 지지부진하고 그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6월에 들어서야 오염부지를 비롯한 주변 토양 정화작업을 시작했고, 그나마 본격적인 작업은 올해 3월 들어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기름이 새는 배관은 들어낸 상태며, 오염된 지역에 대한 지중정화작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에 흡착포와 오일펜스로 응급처치를 해왔지만 사실상 오염은 계속돼 온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누출양이 상당했고 단 기간 세어 나온 게 아닌 거 같다"는 게 방재작업에 참여했던 관계자의 전언이다.
20여 년동안 석유를 판매해 온 이 업체에서 기름이 누출된 기간과 양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오염하천 주변 토양정화를 벌이려는 업체의 선택과 달리, 전문가들은 하천 바닥을 포함한 오염토양을 굴착해야 한다고 정화공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염원을 제거해야 추가오염 가능성도 막을 수 있다는 것.
이 의견은 사고발생 당시인 1년 전에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업체는 굴착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지금처럼 지중토양 정화 방식을 택한다. 이 기조는 사고발생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이처럼 업체의 땜질 처방식 정화작업이 이번 달에 들어서야 본격화 되고 있지만 관할 기관인 동구청은 여지껏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행위자에 ‘책임’을 물을 ‘의무’가 있음에도 ‘모니터링’ 역할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동구청이 오염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본보 취재로 이 상황을 접하게 된 환경단체 역시 유사한 태도를 보이거나 침묵하고 있어 더욱 놀라웠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이 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오염 유발자에게 특정 정화공법을 강제할 법이 없다. 이에 따라 동구청은 ‘정화명령’이라는 법적 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대천천에서 기름은 떠다니고 있지만, 수습절차는 ‘순조롭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환경단체 역시 정화책임이 있는 업체에게 공법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 이제 공은 정치계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대전천의 오염 확산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어이없고 침통한 사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환경’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책임자에게 확실한 해소법을 강제할 수 있는, 필요하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주민들이 맑은 물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관련법 마련이 시급하다.
그것이 동구민을 비롯한 대전시민들, 그리고 후손들을 위한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