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양승조 충남지사는 민선7기 1주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표류 중인 혁신도시 지정을 꼽았다. 그러나 도청 출입기자로선 취임 이후부터 ‘측근 인사’ 논란을 끊이지 않게 한 그의 지나친 ‘동지(同志) 사랑’이 가장 아쉽다.
충남도정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측근 인사 논란은 대부분의 기관장 공모와 개방형 인사 때마다 불거졌다. 채용 공고 지원자 중에는 꼭 양 지사의 선거캠프 출신이거나 양 지사의 정치적 행보와 밀접한 이력을 지닌 인사가 포함됐다. 그리고 해당 인사의 선임이 유력하게 점쳐졌고, 전망은 벗어나지 않았다.
양 지사 선거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윤황 충남연구원장, 인수위원회 출신인 조이현 평생교육원장, 공모 과정에서 ‘점수 조작’ 의혹이 불거졌던 양승숙 전 장군도 선거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 측근 채용을 위해 3차까지 지연됐다는 논란을 겪었던 청소년진흥원장 공모에서는 면접순위 2위였던 박영의 원장이 선임됐다. 그 역시 양 지사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의료단체 관계자와 밀접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때 청소년진흥원장 공모를 3차까지 가도록 무리하게 기용하려 했던 측근 인사는 현재 4급 상당의 충남도 정책보좌관으로 활동 중인 김영수 전 천안시의원으로 확인됐다. 또 정무비서관을 거쳐 서울사무소장으로 임명된 하수완 씨는 과거 양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양승조호 1년, 기관장 공모·개방형 인사 대부분 ‘인사 논란’
이 같은 산하기관장 인사문제는 1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거론됐다. 양 지사는 추후 산하기관장 인사방향에 대한 질문에 “아무리 캠프에서 같이 한 사람이라 해도 도덕적으로 커다란 하자가 있고 자질과 역량이 부족하다면, 돌아가신 아버님이 살아 돌아와 부탁하신다고 해도 임명할 수 없다”며 “측근 여부 보다는 검증된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얼핏 기존의 “동지들의 도정합류는 당연하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듯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충분한 검증을 거친 사람들을 임명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뉘앙스로 느껴진다. 워낙 이로 인한 비판이 많다 보니 더욱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앞으로도 양 지사의 ‘코드인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양 지사는 최근 충남문화재단 대표로 이명남 목사를 임명했다. 양 지사 선거캠프 상임선대위원장과 인수위원회 명예위원장을 지낸 이 목사는 지역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통한다.
헌데, 79세라는 고령의 나이와 함께 큰 수술을 받은 지도 얼마 안 돼 건강에 대한 우려가 들리고 있다. 게다가 2년이 채 되지 않는 당진문화재단 대표이사직 외에 문화·예술 관련 경력은 전무해 자격논란도 일고 있다. 과연 최선의 인물인가 의문이 든다.
양 지사가 언급한 ‘도덕적 하자’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오는 9월에 출범하는 충남복지재단 이사장 후보로 도가 추천한 고일환 전 충남도 저출산보건복지실장은 명예퇴직 전 현직에 있을 때 경조사 부조금 관련 부정청탁법(김영란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여성정책 개발원 ‘독선 운영’ 논란, 임명권자 양 지사까지 책임론
게다가 양 지사가 강조했던 ‘충분한 검증’도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 충남도의회와 여성단체 등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명했던 양승숙 여성정책개발원장은 최근 조직내·외에서 ‘독선 경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노조는 양 원장의 권위적인 리더십에 반기를 들었고, 이는 자유한국당의 양승조호 충남도정의 인사논란을 공격하는 빌미가 됐다. 3일 여성단체연대는 양 원장을 선택한 양 지사에게까지 정체된 여성정책과 성평등 사업에 책임을 묻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무리한 인사가 양 지사를 향한 부메랑이 되는 상황이 현실화 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본 기자 외에도 이미 많은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존의 입장을 유지한다면, 이로 인한 작은 잡음 하나하나가 양 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 4일 열린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의 도정평가 정책토론회에서는 참석자들이 ‘인사 참사’를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정당 관계자 외에 교수와 언론인 등 전문가들 역시 동감할 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는 충남도정에 이미 적지 않은 오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투명하게 실력이 검증된 ‘동지’라면 굳이 걱정할 이유가 없다. 다만 능력과 무관하게 ‘동지’라는 이유로 모든 검증과 자격요건을 ‘프리 패스’ 하게 되는 상황이 불안한 것이다. 선거캠프에서 무슨 일을 했고 양 지사에게 얼마나 충성하고 있는 지가 기관장의 자격을 결정하는 척도가 돼서는 안 된다.
민선7기 충남도정은 이제 1년이 지났다. 앞으로 3년, 남은 기간이 많다. 날개를 달진 못 할망정 발목 잡힐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