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헤럴드 내포=안성원 기자]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충남지역의 농촌지역 과소고령화마을(인구규모가 적고, 고령인구비율이 높은 마을) 주민들에게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체념’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
절망적인 농촌 현실에 대한 반증이라는 해석과 함께, 그동안 행정·공간적 재편에 반대해 오던 농촌 주민들이 오히려 농촌 활성화 정책을 받아드릴 적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2일 충남연구원의 충남리포트 341호 ‘과소지역 농촌마을의 공간적 재편에 관한 농촌주민 의식 및 정책방향’ 연구에 따르면, 2018년 8월 3일~9월 2일까지 금산군 257개 행정리 마을이장 등 대표자 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면접조사에서 현상이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대상마을 73.1%가 200명 이하, 이중 50명 이하도 8곳이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평균 32.7%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18세 이하가 한 명도 없는 마을이 3곳, 최근 5년간 전입인구가 전무한 곳도 2곳이었다.
소멸 가능성에 대한 체감도는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 고령화 및 인구감소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도 소멸 가능성에 대해 ‘실제로 이뤄지지 않거나, 소멸되더라도 먼 훗날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소고령화 마을일수록 소멸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특히, 실제 마을이 소멸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81.3%)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소멸가능성에 대해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은 16.3%에 그쳤다. 반면 ‘어차피 소멸될 마을이라면 기존 마을을 소멸시키고 새로운 마을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38.1%로 나타났다. 또 ‘마을 소멸을 막을 수 없을지라도 마지막까지 최소한의 삶의 질은 확보해야 한다’는 절충적인 의견도 37.7%로 비슷한 수치로 나왔다.
일부 ‘어차피 소멸될 마을이라면 자연스럽게 소멸을 맞이하도록 해야 한다’는 포기하는 의견도 7.8%로 조사됐다.
다만 쇠퇴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대신, 행정적·공간적 재편을 통한 공동체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마을 소멸 대응정책’에 대한 조사에서 주민들은 ‘인근마을과 행정구역을 통합해 행정적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행정적 재편’에 34.0%, ‘2개 이상의 마을을 묶어 활성화된 마을이 인근 침체된 마을을 도와주도록 해야 한다’는 ‘기능적 재편’에 23.5%, 마을을 전면 재개발하고 적극적인 외구인구를 유치해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간적 재편’에 22.4% 씩 비교적 고른 분포로 선택했다.
공간적 재편 방식으로는 ‘마을 일부를 정비·리모델링해 외지인이 들어와 살도록 하는 방법’에 응답자의 96.1%가 긍적적으로 답했고, ‘소멸을 앞둔 마을을 외지인 중심의 전혀 새로운 마을로 조성하는 것’도 응답자의 59.5%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소멸 방지 노력' 16.3% 불과…인구 적고 고령일수록 '위기감' 높아
반대 의견은 14.8%로 소수였으며, 반대 이유로는 원주민의 소외감, 신·구주민의 갈등, 마을역사·전통의 소멸에 대한 우려 등을 제시했다.
‘소멸가능성이 높은 오지마을 주민들을 인근 중심지로 이주시켜 살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6.6%가 동의했지만, 인구규모가 작은 마을일수록 반대경향을 보였다. 또 이런 오지마을의 관리방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가 ‘대규모 투자보다는 삶의 질 향상 등 최소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선택했다.
‘소멸을 앞두고 있는 마을에 투자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 낭비’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27.2%에 달했다. 소멸위기 주민들의 위기감과 상실감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살고 있는 마을이 소멸을 앞두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마을 주민을 인근 중심지로 이주해 살도록 하는 것’에 대해 58.0%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며, 11.7%만 반대의견을 보였다. 반대이유는 ‘새로운 환경 적응’, ‘고향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 등이었고 이주할 경우 ‘기존 자산 공공 매입’, ‘이전비(이사비)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꼽기도 했다.
쇠퇴하고 있는 농촌마을에서 거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켜야할 집과 토지, 먹고살 수 있는 일자리(농사 등)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62.6%)과 ‘고향 또는 지속적으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라는 의견(53.7%) 등이 가장 많았다.
농식품부에서 추진 중인 ‘농촌형 공공임대주택 조성사업’에 대해선 67.7%가 이주의사를 보였으며, 특이하게 마을의 인구가 크고 고령비율이 낮을수록 선호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조영재 연구위원은 “마을 소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만 갖고 있지 않고, 소멸에 순응하는 의견도 나타나 본격적인 소멸 대책을 논의할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 된다”며 “다양한 행정적·공간적 재편에 과소고령마을뿐 아니라 일반 농촌마을에서도 의외로 다수의 긍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간적 재편의 문제로 제기된 마을의 전통·역사의 소멸, 원주민의 소외, 이주에 필요한 경제적 문제, 신·구 주민의 화합 등 새로운 커뮤니티 활성화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향후 공간적 재편의 적용 가능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판단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