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3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충남지역의 선거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정당의 필승대회, 후보별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행사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 있으니, 박완주 충남도당 위원장이다.
그런데 그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공천 잡음과 구설수가 끊이지 않으면서 야전 사령관으로서의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박 위원장은 ‘1987 민주화 운동’ 출신으로, 성균관대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동서산업 아산공장 노조 부위원장을 지낸다. 2004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충남도당 대변인, 중앙당 부대변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후보 캠프 대변인 등 전면에 나서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국회의원에는 2번의 고배 뒤 3수만에 당선된다. 19대 총선에서 당시 김호연 현 의원을 상대로 당선되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대 총선에서는 과반수 이상(52.7%)의 득표로 재선에 성공한다. 이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수석대변인, 최고위원 등 화려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운동권과 노조활동을 거치며 다져진 강단과 결행력은 당시 지역 정치인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신선함이었다. 또 치열한 정치현장 전면에서 쌓은 내공과 언변은 그의 성공가도의 원동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그의 정치인으로서 ‘스타성’은 본 기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의 정치철학에 대해서는 늘 궁금증이 따라다닌다. 특히 최근 6.13지방선거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이 표방하는 ‘촛불정신’과 시대적 요구와 그의 리더십이 부합하는 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운동권·노조 통해 다져진 결단…성공가도 원동력
이번 선거에서 박 위원장을 두고 불거진 논란을 짚어보자.
우선 충남도지사 후보 경선(본보 <민주당 충남도당 ‘경선규칙’ 향한 엇갈린 시선>보도)에서 발견된다. 올해 2월 박 위원장은 ‘충남도당 공정경선 7가지 규칙’을 발표하고 ‘사생활은 네거티브로 판단될 수 있어 자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강제성은 없지만, 그의 지위를 고려할 때 충분히 당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였다. 특히 경선 초반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향했던 정치경력, 불륜의혹 등의 검증을 사전에 차단하는 ‘재갈물리기’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수현 대변인과 박 위원장은 친 안희정계로 분류돼 왔다.
천안시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원만하지 못했다. 2월 27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본영 후보(당시 현직 시장)와 다정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우리 사랑은 식지 않았습니다’라는 멘트를 달면서 중립성 논란(<박완주, 뜻밖의 중립성 의혹에 ‘진땀’>)이 일었다. 당시 박 위원장은 “구 시장과의 불화설을 일축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 후보가 검찰 기소에도 불구하고 천안시장 후보로 전략공천 되자(<구본영 천안시장 민주당 후보 공천…파장 확산>) 이때의 일이 다시 회자된다. 본래 기초단체장 공천은 충남도당의 소관이지만, 이를 중앙당으로 떠넘기면서 전격 전략공천이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전략공천을 결정한 것은 중앙당이지만,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고 중앙당 결정에 따르기로 한 판단은 충남도당의 수장, 박 위원장의 몫이다. 전략공천 이후 지역에서는 아직도 반대여론이 일고 있다. 상대 정당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당내에서 조차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최근에는 오세현 아산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나온 박 위원장의 ‘상왕발언’이(<박완주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 ‘상왕발언’ 논란>) 논란이 되고 있다. 오 후보 위에 복기왕 전 시장이 존재한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발언으로,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던 그의 사상을 의심케 할 만큼 여파가 크다.
경선후유증, 중립성 지적, 상왕발언 등 ‘소통’ 없는 대처 아쉬워
정치라는 ‘총성 없는 전쟁’에서 활동하다 보면 각종 논란과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은 정치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논란에 대처하는 박 위원장의 태도에서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소통’과 ‘설득’, ‘상생’의 미덕이 아쉽다.

한 예로 구본영 후보의 전략공천에 반발하며 충남도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전종한 천안시의회 의장에게 확인한 결과, 박 위원장은 전화 한통 없었다고 한다. 1분1초가 아까울 양승조 도지사후보가 짬을 내 들려서 위로한 모습과 대조적이다.
구 후보 전략공천과 관련된 해명도 “무죄를 확신하기 때문에 공천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정말 불친절한 대응이다. 많은 의혹이 재생산 되는 이유이자, 아군이던 정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에 더 날을 세우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일전에 서영교 의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박 위원장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그는 2016년 6월 딸 국회 인턴채용 특혜 의혹에 시달리던 서 의원에게 ‘선배 그냥 무시, 무대응 하세요. 저도 전 보좌관 비리구속으로 선거 때 치도곤 당했지만 압도적으로 승리했어요’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돼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원래 정치가 그렇다”, “선거는 일단 이겨야 한다”는 식의 시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의 민주당, 그리고 한 조직을 책임지는 도당 위원장은 그래선 안 된다. 이번 선거가 문재인 정부의 1년을 가름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스스로 이야기 하지 않는가. 그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속에서 선택을 받아야만 진정한 승리라 할 수 있다.
충남도당의 평가를 받아야 했던 수많은 지방선거 참여자들에게 역으로 박완주호 충남도당의 운항능력을 평가받는다면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