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7기 양승조호 충남도정이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19일 양승조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더 행복한 충남 준비위원회’가 공식 활동에 들어갔고 20일에는 정책자문단이 출범했다.
그런데 참여 인원이 당초 예상했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인수위의 경우, 당선직후 선거캠프 관계자가 예고했던 30명에서 40명으로 늘더니, 출범할 때는 51명이 위촉됐다. 정책자문단 역시 70여명 규모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두 배가 넘는 156명이나 된다.
여기에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취임준비단이 별도로 가동된다. 도정인수 작업에만 200명 이 훌쩍 넘는 인원이 관여하고 있다. 충남도정 사상 최대 규모다. 그만큼 양승조호 충남도정이 어마어마하게 새로운 도정을 펼친다는 걸까? 하지만 김종민 인수위원장은 “새로운 사업 보다는 민선6기 도정을 점검해 과(過)는 개선하고 공(功)은 이어가겠다”고 방향을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민선 7기 출범 관련 지방자치단체장직 인계인수 매뉴얼’과 ‘자치단체장직 인수 관련 위원회 운영 안내’ 공문 등을 통해 인수위원 정수는 광역자치단체는 20명, 기초지자체는 15명 이내를 권장하고 있다.
실제 2010년 안희정 전 지사의 민선5기 인수위 역할을 담당한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 기획위원회’는 전문가 그룹과 선대위 관계자 등 20여 명으로 구성됐다. 민선7기 도정인수단의 10분의 1 수준이다.
양승조 당선인이 같은 정당 도지사의 도정을 인수함에도 이처럼 대규모 도정인수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역으로 도정준비가 부족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도정인수단…위법행위, 전문성 등 인수위원 자질논란까지
게다가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인사들의 과거 위법행위와 전문성 등 자질논란까지 일고 있다.
A위원은 2003년 9월 충남도 교육위원으로 활동 중 인사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전 천안시 서북구청장이던 B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 천안시장 공천을 부탁하며 선거브로커에게 4억5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당시 정당도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었다.
C위원은 천안시체육회 부정인사 청탁 논란에 연루 중인 인물이며, D위원은 충남도 산하 기관의 준 공무원 입장임에도 휴직기간 중 양 당선인의 선거운동에 참여해 중립성 시비가 일기도 했다.
전문성과 정체성을 의심받는 사례도 있다. E위원은 체육단체 협회장임에도 경제산업 분과에 위촉됐으며, 이혼전문변호사로 알려진 F위원은 저출산대책분과에 배정됐다. G위원은 천안에서 2014년 새누리당으로 후보로 등록한 이력도 있다.
제일 먼저 당선인의 정치철학을 엿볼 수 있는 조직이 인수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그동안 양승조라는 인물이 보여줬던 올곧은 신념, 선비정신의 발자취를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인선이다. 이에 대해 “불가피했다”는 그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여타 대세 후보들이 그러하듯, 양 당선인도 자신의 압도적인 당선을 도왔던 많은 이들의 ‘논공행상(論功行賞)’ 압박에 시달리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귀결된다.

위촉장 남발 ‘채무 변제’ 의미?…양승조호 ‘바른 도정’ 가능할까
갑작스런 출마선언에 예상치 못한 변수, 막상 당선이 되고 보니 산적한 과제 등 양승조 당선인의 심적 부담은 상당했을 것이다. 최측근으로 여겨졌던 인사들 가운데 도정 합류가 결정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번 선거가 그에게 있어 얼마나 급박한 선택들의 연속이었나를 짐작케 한다.
결과적으로 당선에 성공했지만 예상치 못한 ‘빚’이 많을 수 있다. 남발된 위촉장 역시 논공행상 잡음을 잠재우기 위한 ‘채무 변제’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시켜달라는 걸 어쩌냐”는 캠프 내부의 하소연도 들린다. 많은 이들이 몰렸던 대세 후보라면 으레 겪어야 할 관문이다.
그렇지만 출발부터 ‘논공행상’으로 흔들리는 모습은 보는 이를 불안하게 한다. ‘자리에 필요한 인물’이 아니라 ‘자리가 필요한 인물’만 남을까 우려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도정을 흔들리게 만드는 어긋난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양승조 당선인의 첫 발에 실망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도정참여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한 미안함을 보이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바른도정을 하겠다”던 양승조 당선인의 다짐이 아직 귓가에 또렷하다.
실망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