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의회의 역대 의장들이 신임 유병국 의장을 향해 “야당 의장이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압도적으로 여당이 많은 11대 의회의 집행부 견제 역할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1일 열린 충남도의회 역대 의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11명의 역대 의장들은 유병국 의장에게 이같이 밝혔다.
먼저 김재봉 전 의장은 “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 감시가 기본 역할이다. 이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의장이 컨트롤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연 뒤, “11대 도의회 42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33명, 자유한국당 8명, 정의당 1명으로 민주당이 너무 많다 보니 견제가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장이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 야당이 소수라고 무시하면 안되고, '야당다운 야당'이 되도록 야당의 목소리를 더 많이 수렴해야 한다”며 “야당이 야당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독거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준우 전 의장 역시 “어떻게 보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집행부에 대한 견제가 잘 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의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은 견제다. 이를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의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직전 10대 후반기 의장을 수행했던 유익환 전 의장은 “유병국 의장과는 8년간 동료로서 의정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인품을 잘 알고 있다. 충분히 훌륭하게 이끌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도의회는 지난 1991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보수정당에서 의장이 배출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보정당의 도지사와 의장까지 당선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보면 진보·보수 따질 것 없이 훌륭하다. 다만 정당논리에 따라 일하게 되면 집행부의 감시·견제가 제대로 될까 우려된다”면서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는 늘 긴장감이 흐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긴장관계가 흐트러지면 감시와 견제가 안 된다. 이것만 부탁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복구 전 의장은 “도의회가 바뀌었다고 이전의 조례제정 등 여러 사안을 다시 뒤집는 것 보다는, 더욱 상의하고 연구해서 실질적으로 도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상생과 협조로 의원간 화목한 의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유병국 의장의 충남인권조례 부활 의지를 경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 의장은 지난 9일 11대 의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10대 의회가 폐지한 충남인권조례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선배 의장들의 주문에 유병국 의장은 “제가 초선이던 9대 의회에서 선배 의원께서 ‘의원이 개같이 일하면 정승대우를 받고 정승같이 굴면 개 대우를 받는다’는 말씀이 기억난다. 그만큼 집행부를 철저히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뜻 같다”며 “후배들이 많이 미흡해도 이쁘게 봐주시고 잘못한 게 있으면 언제든 질책과 조언을 해주시면 잘 받들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종수(5·6대), 김재봉(6대), 이복구·박동윤(7대), 강태봉·정순평(8대), 유병기·이준우(9대), 김기영·윤석우·유익환(10대) 전 의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