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어느 거리. 23일 오후 2주째 이어지는 폭염으로 거리는 뜨거웠지만 정의당 충남도당 사무실 안에 마련된 故 노회찬 의원 분향소는 차분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근하 충남도당 사무처장 등 2명의 당직자가 노동가가 울리고 있는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조문객들은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명씩, 또는 두 명씩 간간히 발길을 이어간다. 모두가 들어올 때는 무덤덤하지만 돌아갈 땐 눈시울이 붉다.
진보진영 최전방을 지키던 정치인을 응원해 오던 그들이었지만, 그 마지막 선택에는 끝내 응원을 보내지 못한다. 오히려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는 울음 섞인 하소연이 나온다.

기자가 있던 시각. 조용히 방문한 40대 후반의 여성 A씨도 그랬다. 그는 조문을 끝내고 영정사진 속 미소띤 그의 모습 앞에 서서야 참고 있던 원망과 서운함 섞인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A씨는 “(故 노 의원이) 너무 고통스럽게 지내셨다. 저분이 없으면 이제 누가 입바른 소리를 하겠냐”면서 “정치인들은 싫어했는데 노 의원만은 좋았다. 자살할 분이 아니신데 너무 어이가 없고 믿기지가 않는다”고 탄식했다.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정의당 충남도당 이근하 사무처장이 A씨의 손을 맞잡고 껴안으며 위로한다.

하지만 그 역시 기자와의 대화 도중에는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당직자라는 신분 때문에 조문객을 위로하고 있지만, 자신도 노 의원의 죽음에 대한 울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이 사무처장은 “노 의원이 드루킹의 협박에 굴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아마 재판이 끝까지 갔어도 무혐의가 나왔을 것”이라며 “진보정당이 이제 인정받는 시기를 맞고 있는데 (당의 도덕성에) 누가 될까봐 그런 결정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스스로에게 엄격한 분이었다”고 회상하며 “진보 정치인에게만 너무 엄격하게 들이대는 도덕적인 잣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23일 저녁 8시부터 운영 중인 분향소에는 24일 오후 2시 30분 현재 김수영 아산시의원 등 80여 명의 조문객이 방문했으며, 26일까지 아침 9시~저녁 9시 운영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