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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를 위한 변명, ‘실언’인가 ‘소신’일까
양승조를 위한 변명, ‘실언’인가 ‘소신’일까
  • [충청헤럴드=안성원 기자]
  • 승인 2018.09.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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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원의 ‘틈’] 세종역 필요성 발언 논란…양승조 “논란 감수한 소신발언”
양승조 충남지사의 세종역 찬성 발언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잇따른 언론발언 논란에 대해 그는 '소신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사진]

양승조 충남지사가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며 지역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4일 도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의 “KTX세종역은 개인적으로 필요하다”는 발언 때문이다.

KTX세종역 건설에 적극 반대하고 있는 충북도의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세종역 신설 주장으로 충청권 공조와 협력 관계에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 된다”며 “충청권의 상생발전 원칙과 함께 공동번영을 위한 양승조 지사의 혜안을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공주시의원 12명도 7일 “KTX공주역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충남도지사가 세종역을 찬성한 것을 부적절했다”며 발언 철회와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같은 편으로 알았던 충남지사로부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서운함이 읽혀진다.

사실, 양 지사가 발언할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가 보기엔 단순히 ‘찬·반’으로 공격여부를 결정할 성격은 아니다. 이날 찬성은 많은 조건을 전제하고 있다. 먼저 정부부처 대부분이 세종시에 내려와 있고,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거기에다 “충청권의 공조가 깨지거나 갈등이 발생하면 안된다는”조건도 달았다. KTX오송역의 기능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며 보완책도 요구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충북도의회와 공주시의회가 받아드리기엔 서운했던 것 같다.

정치인은 때에 따라 ‘원론적’인 관점에 앞서 민심을 어루만져야 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충북도의회와 공주시의회는 이를 원했던 반면, 양 지사는 ‘원론’을 강조한 것이 이번 갈등의 배경이다. 여기다 “개인적인 찬성”이라는 말만 인용한 일부 언론도 논란을 부추기는데 한 몫 했다.

'박근혜 전철경고', '관용차량, 감정적 문제' 등 언론발언 논란 반복

양 지사는 ‘선비정치인’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진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유독 언론과의 인터뷰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2013년 12월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낼 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전철 발언’으로 당시 새누리당으로부터 ‘언어 살인’이라는 공격을 받아야 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윤리특위에 양 지사에 대한 제명안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지난달에는 관용차량 교체와 관련해 인수위에서 전임 지사와의 ‘감정적 문제’로 결정한 것 같다는 해명으로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아예 도지사도 하지 말지 그랬냐’는 조롱 섞인 온라인 댓글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을 내놓는다. 양 지사의 판단을 보좌해야할 정무라인의 ‘무용론’도 들린다. 그가 귀를 닫고 결국엔 자기 뜻대로 행한다는 ‘독선가’라는 관측도 감지된다. 기자 역시 궁금했다. 일련의 논란들이 논란을 예상치 못한 양 지사의 ‘실언’이었는지, 아니면 모든 걸 감수한 ‘소신’이었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럴 땐 직접 물어보는 것이 최선. 9일 오후 통화가 연결된 양 지사는 ‘원론’을 우선시 하는 정치철학을 밝히며 오히려 세종역보다는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양승조 "모든 논란, 소신 발언"…"정치인이라면 원론적 입장 가져야"

양승조 지사의 KTX세종역 발언에 KTX공주역 활성화 방안이 우선이라며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공주시의원들. 하지만 양 지사는 KTX역사 문제와 공주시의 위기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공주시의회 제공]

양 지사는 “실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세종시가 어떤 곳보다 교통접근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원론적으로 찬성했다. 정치인이라면 원론적인 소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충청의 이익이 훼손되거나 갈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오송역과 공주역의 기능에 대한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 1~2년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충북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공주도 이렇게 거셀지는 몰랐다”며 “세종을 가기 위해 공주역을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분석한다면, 세종역이 공주역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보다는 세종시 건설 이후 2만 명이나 감소한 공주의 심각성을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세종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사전 공감설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일축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나 이번 발언 모두 소신에 따른 것이다. 충청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기능이 우선돼야 한다. 저는 국회와 청와대도 이전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라는 것이 민심을 뒷배로 삼아야 하는 영역인 만큼, ‘원론’만 고수한다면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원론'을 최우선으로 삼는 정치인 양승조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직 충남도정에 반영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세련되고 달콤한 말 보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시대를 맞고 있다.

모처럼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22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그의 결기가 떠올랐다.

 

‘틈’은 기자가 취재 현장과 현실과의 사이에서 느낀 단상을 풀어놓는 코너입니다. ‘틈’이라는 이름은 ‘간격’을 뜻하는 단어 본래의 사전적 의미와 ‘통하게 하다’라는 뜻의 ‘트다’의 명사형을 칭하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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