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추석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곤파스’ 급 태풍 ‘링링’이 북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언론과 여론은 조국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가 잠정 합의한 조국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둔 5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에게 이와 관련된 입장을 물었다.
평소 원칙과 대의적 명분을 정치신념으로 내세웠던 그였기에 조국 방어에 몰두하는 여느 여권 정치인들과는 다른 반응을 기대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양 지사는 다른 대답을 들려줬다.
먼저, 양 지사는 “말하고 싶은 내용도 많고 하고 싶은 마음도 강하지만, 도지사로서 조국 후보자 사태와 관련된 입장표명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다만, 일반적인 상식과 국민의 여론, 여당의 책임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의견은 마음속에 충분히 많지만,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을 양해해 달라”고 여운을 남겼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상식’, ‘여론’, ‘여당의 책임’ 등 여당이 압박당하는 논리에서 사용되는 카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가 부정적인 의견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려 했다는 노력을 엿보게 한다.
평소 소신발언…직접적 표현 피했지만 ‘자성 촉구’ 담은 듯
이 같은 양 지사의 발언을 두고 회견에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평소 언론과의 자리에서 ‘소신발언’으로 일관했던 그의 이력 상 이번에도 당내 자성을 촉구하는 소신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양 지사는 이전에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수도권 공동주택 공급과 국·공립 유치원 보급, 청와대 인사 충청권 소외 등의 정부 정책에는 반대 의견을 종종 밝혀왔다. 충남도지사로서 지방자치의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에 대해서는 반기를 들었다.
이번 발언 역시 조국 후보자와 관련 맹목적인 감싸기에 나선 여당의 태도를 지적하고 싶은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조국 사태 여론이 반영된 듯 충남·대전·세종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의 지지도는 동반 하락했다. 양 지사로서는 여론을 실감할 수 있던 대목일 듯싶다.
반면, 양 지사와 정치적 구도에 따른 반응으로 읽히기도 한다. 조양 지사가 여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586운동권 인사들과 결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출신, 대권플랜 등으로 반(反) 조국 성향 강할 수도
조국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지적 가운데는 법조계를 중심으로 “사법고시도 합격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사법개혁’을 관철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 있다. 어렵게 사법고시를 통과해 변호사가 됐던 양 지사가 이런 법조계의 시선과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특히 ‘대권 플랜’에서의 대응이라는 분석도 감지된다. 이미 지역정가에서는 ‘더위드 봉사단’, ‘푸른산악회’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양 지사 지지자 조직들에 대해 ‘대권 플랜 가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절친인 허태정 대전시장이 양 지사를 한껏 치켜세우며 ‘새 충청대망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굳이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양 지사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어쨌든 질문을 던진 본 기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그의 발언을 ‘소신’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혹여나 이번 발언이 조국 지지자들로 하여금 양 지사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적지 않다.
단, 확실한 건 양 지사가 꺼낸 ‘상식’, ‘여론’, ‘책임’은 꼭 조국 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 정치권이 자성의 척도로 삼아야 할 키워드라는 점이다. 나아가 조국 후보자가 과거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는 만큼, 양 지사 역시 이번 발언의 무게감을 가벼이 여기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