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7기 양승조호 충남도정이 지난 2일 ‘복지수도 충남’을 천명하며 힘차게 닻을 올렸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취임 일성으로 ‘저출산·고령화·사회양극화’ 등 3대 위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충남의 미래도 없다”면서 도정을 통해 선진 모델을 마련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특히, 그중에서도 ‘저출산 극복’에 취임 초기의 행정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양 지사가 결재한 1호 정책이 저출산 극복 분야인 ‘임산부 전용 민원 창구 개설’이었고, 충남도에 저출산 전담 부서 설립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안을 추진 중이며 천안시외버스터미널 임산부 배려 창구 개설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또 충남도 산하기관장과의 첫 상견례 자리와 첫 간부 회의는 물론, 취임 이후 참석하는 각종 기관·단체의 행사에서도 ‘3대 위기 극복’과 저출산 해소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회의석상에서는 “중앙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것을 지방정부가 한다고 되겠느냐는 비판을 알고 있다”며 “어렵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순 없다. 충남을 넘어 국가적 명운과 직결된 만큼 강한 의지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 ‘3대 위기 극복’이라는 과제의 당위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충남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다만, 국가적 과제의 무게가 양승조호 충남도정을 출발부터 더디게 만드는 건 아닐까 우려도 된다.
민선6기 ‘3농 혁신’이 연상되는 민선7기 ‘3대 위기 극복’

충남도정이 '3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으로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내놓는 복지 정책도 지자체에서는 예산과 제도적인 한계, 정치적 문제 등으로 난관에 부딪히기 일쑤다. '3대 위기 극복'에 매몰된 도정이 소모적인 논쟁으로 공회전할 수 있다는 걱정 어린 시선이 뒤따르는 이유다.
이런 부분들을 가만히 보면, 전임 안희정 전 지사의 ‘3농 혁신’이 연상된다. 두 도백의 이미지나 정치 인생은 상당히 대조적이지만, ‘3대 위기 극복’과 ‘3농 혁신’은 겹치는 요소가 꽤 된다.
먼저, 충남도정의 목표를 지역 현안 보다 국가적 과제로 세웠다는 점이다. ‘3농 혁신’은 대한민국 농촌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선제적 모델로 제시된 정책이다. 딱히 충남이 아니라 전국 어디의 농촌에도 대입이 가능하다. 이는 '3대 위기 극복'도 마찬가지다.
또 거대 담론을 다루다 보니 해결을 위한 재원도 천문학적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124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률의 하향 곡선을 반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충남도정 안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4년이라는 도지사 임기 동안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도 비슷하다. 즉, 정책의 성패를 판단하고 평가하기가 어렵다. 성패 여부와 원인을 분석할 수 없는 과제는 조직의 목표로서 부적절하다. “도대체 3농 혁신의 성과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충남도는 “농업 정책이라는 것이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3농’ 대신 ‘저출산’을 대입해도 어색하지가 않다.
충남도정, 국가적 위기 매몰로 "지역 현안 뒷전 될까" 우려

국가적 과제의 해답을 도정 안에서 찾겠다는 각오를 폄하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가벼운 지역 현안들이 자칫 뒷전으로 밀리는 사태는 경계해야 한다.
당장 천안과 당진의 ‘라돈 침대’ 사태를 보자. 라돈 검출로 수거된 대진침대 매트리스의 처리를 놓고 천안시와 당진시 지역민들이 상반된 입장에서 대립하고 있다. 전국의 매트리스가 쌓이게 되자 주민들은 톤 단위로 모이게 된 방사능 물질로 인한 생존권 위협을 호소하고 있고, 천안시의회는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딱히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양승조 지사는 어떤 존재감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지사 당선 직후 라돈 침대 문제가 한창 불거지자 한 언론에서 입장을 묻기도 했지만 “당선인 신분으로 입장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표명을 꺼렸다. 지금까지도 현장 방문은 커녕 어떤 말 한 마디도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천안시의 집중호우 피해 현장에 2시간 정도 머물다 사진만 찍고 4박 6일간 러시아 레닌그라드 주 90주년 행사로 향했던 안 전 지사가 떠오른다. 국제 행사의 시급성을 이유로 도민들이 겪은 수재의 현장을 외면했던 그는, 공교롭게도 러시아에서 불거진 성추행 의혹으로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됐다.
물론, 양 지사와 안 전 지사의 상황이 같진 않다. 양 지사가 안 전 지사처럼 일탈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이미 양 지사는 14년동안 국회의원을 하면서 '신념'과 '성실'의 정치를 보여준 바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정치적 강점이다.
하지만 상궁지조(傷弓之鳥: 활에 맞아 상처를 입었던 새는 화살 없는 활만 봐도 놀라 떨어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도민들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거대 담론만 바라본 채 도민의 고통과 갈등 현장에서는 모습을 감췄던 전임 도지사의 뒷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