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전인 22일 양승조 충남도지사 당선자 인수위원회는 문진석(56) 조선대 외래교수를 민선7기 비서실장에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인수위가 밝힌 문진석 내정자의 이력을 보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역할일지는 몰라도 정치적으로 상당히 활발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 기자와는 그동안 접점이 없던 관계로 그에 대해 늘 궁금했다.
비서실장이 어떤 자리인가. 도정 정무서열 2~3위에다, 도지사의 복심을 가장 직접적으로 접하는 실세 중의 실세다. 양 당선자가 이런 자리에 내정했다니 누구일지 궁금할 수밖에. 그런 가운데 우연히 몰랐던 그의 이력을 알게 됐다.
문 내정자는 천안지역에서 오랫동안 폐기물 수거작업을 담당했던 S업체의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었다. S업체는 천안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기업으로, 기업가로 활동했던 당시 그의 이름은 ‘문광석’이었다.
기업가로서 경력은 정계에서보다 더 화려했다. 2010년에는 친환경적인 고품질 순환골재 생산기술을 개발해 환경부로부터 환경신기술인증을 획득했으며, 천안지역 불우 청소년들을 돕는 선도장학재단 부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사랑의 집짓기운동에 수년간 매년 2500만원씩 후원을 해 왔다.
인수위 대표이력 ‘조선대 외래교수’…가려진 환경업체 대표이사 경력
수일간 천안지역에서 들은 그의 평판은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해 온 건실한 기업가였다. 그럼에도 이런 이력은 인수위의 발표에 빠져 있다. 왜 그랬을까?
사업자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면 아무래도 고위직 역할을 소화하는데 제한이 따르게 된다. 거기다 폐기물 처리를 해온 환경업체라니, 자치단체와 환경업체는 이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더욱 의혹의 선상에 올라가기가 쉽다.
더욱이 충남은 천안, 청양, 서산 등 곳곳에서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도의 결정을 순수하게 바라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의 내정자 발표 자료에서 사업가의 이력이 포함되지 않은 배경 역시 같은 맥락으로 추정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사업가 경력은 비서실장 내정자의 자격과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굳이 밝히지 않았다”며 “사업도 수년 전 정리했고, 지금은 일체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문 내정자가) 내정사실 발표 이후 가족들을 불러 ‘나를 잊으라’고 이야기 했을 정도”라며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도 알고 있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환경업체에서 의례 겪는 벌금, 채납, 전과 등의 기록을 모두 확인했지만 깨끗했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철저한 검증 거쳤다”…떳떳했다면 숨길 이유 있었나 아쉬움
양승조 당선자도 “나는 사촌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측근비리에 대한 엄단의지를 내비친바 있다. 양 당선자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 한다면, 문 내정자의 임명과정 역시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개운치가 않다. 문 내정자의 대표이력이던 ‘조선대 외래교수’는 확인결과, 강의를 나간 것이 아니라 대외협력 활동을 지원하는 자리였다. 2017년 11월 외래교수 위촉 당시 그를 추천했던 대학관계자는 “S업체의 기술력과 산학협력을 도모하기 위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전공이나 학문적 소양이 아니라, ‘기업활동’이 평가받은 것이다.
기업경영과 관련해서도 지금은 형제들이 전담하며 문 내정자는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라고 하지만, 아직 S업체의 지분 15%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환경산업 종사자로 드물게 한국신문방송인클럽과 한국SNS기자연합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기업부문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가로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반증이다. “걱정 말라”는 인수위의 해명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문 내정자의 이력이 뒤늦게 알려진다면 그로 인한 오해와 부담은 양승조 당선자가 떠안게 된다. 앞서 인수위 위원들의 자질논란이 일면서 양승조호 도정의 인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럼에도 문 내정자를 고집한 것은 그만큼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거나 도민들이 걱정하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꼬리를 문다.
차라리 내정사실을 발표할 때 먼저 나서서 사업체를 운영한 경력을 밝혔으면 당시에는 잡음이 나왔을지언정, 진정성은 인정받았을 텐데. 지난 19일 인수위 출범 기자회견에서의 양승조 당선자의 말이 생각나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도정을 펼치면서 은폐하거나 숨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의문이 들거나 잘못됐다고 생각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